감각

정신의 자양분, 감각

<쵸프라 싸이트의 Namaste Newsletter를 구독하고 있는데, 2002년 12월 14일자에 실려있는 아래의 글이 마음에 와닿아 이곳에 번역해 놓습니다. 이 글은 데이빗 싸이먼(David Simon)의 치유의 지혜(The Wisdom of Healing)란 책에서 따온 것이고, '지각의 문을 통해서 내면의 약방에 접근하기'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세상을 다섯 개의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입니다. 소리, 촉감, 광경, 맛, 냄새는 우리의 두뇌에 들어와서 우리의 마음에 각인이 되고, 이것들이 창조해내는 경험에 의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규정합니다. 우리의 신체 조직이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 마음의 실체는 우리가 흡수하는 감각적 느낌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느낌의 질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질을 결정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여직껏 우리에게 주입하고 있었던 유독성분들을 우리를 키워주는 느낌으로 바꿔야만 합니다.

종국에는 우리가 이 세상을 보는 그림이 우리의 의식에 축조됩니다. 아유르베다에 의하면, 자연의 오감의 코드가 순서대로 펼쳐진다고 합니다. 구분되지 않은 의식의 총체가 스스로 내적으로 상호교류하며 소리와 촉감과 광경과 맛과 냄새를 창조해냅니다. 베다의 예언자들은 물질세계가 단지 응축된 의식일 뿐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이는 아인쉬타인이 말한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전환을 오천 년 앞서는 것이지요.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것은 미묘한 형태의 듣기이다." 우리는 정말로 생각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웬만큼 강렬해지면 그 생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는 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생각의 감정적 범주는 더 이상 소리에 불과하지 않지요. 이것은 촉감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친절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I was touched by your kindness)"라는 표현도 있듯이 말이예요. 여기에서 소리는 감각이 되어 버렸고, 생각은 분자의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소리가 물질로 변신해 버리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창조의 기본적인 역학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언어가 단순히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세요. 먼저 당신은 이 생각을 하나의 소리로 듣습니다. 그러나 금세, 그 '어머니'가 자아내는 감정을 실제로 느끼게 됩니다 - 소리가 촉감과 합쳐졌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당신 의식의 스크린 위에 하나의 이미지로 어머니를 보게 될 것입니다.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그 이미지는 당신의 신비로운 몸에, 당신의 마음의 눈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섭취해오고 있던 유독성분을 정말로 영양가 있는 것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말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요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관련있어서지요. 저는 세상의 어둠과 추함과 더러움으로부터 우리의 눈을 돌려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악과 싸우다보면 자신도 악의 얼굴을 닮아간다는 말도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과 싸우기 보다는 악을 끌어안는 것이 제대로 된, 아니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은 쉽지요). 어둠과 악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내 오감을 선하고 아름답고, 따라서 진실로 강력한 것들과 가능하면 자주 접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서양의 전통적 교양 교육의 본질의 심오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는 모순과 부조리 투성이 세상을 뒤집어 엎지 못하는 실존의 무기력감을 파괴적이거나 자학적인 문화요소들을 빌어 호소하고 해소하곤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문화요소들의 독소가 몸에 끼치는 악영향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씩 뭔가 고상하고 부드럽고 차분하거나 평화로운 것을 찾게 되는가 봅니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등산을 하거나 고전음악을 듣게 되듯이.

윗글에서는 우리가 섭취한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든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 것을 섭취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 뿐만 아니라 당신이 사는 세상을 위해서도. 당신이 젊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선하며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지요: 세상에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나 혼자 좋은 걸 내 안에 집어 넣는다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냐고. 글쎄요, 창조주의 무한한 신비로움을 알고 믿는 이들에게는 그런 기적이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세상을 치유하는 첫 발걸음은 나를 치유하는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자비로우신 신께서 알아서 해주신답니다. 물론 나를 통해서지요. 이것이 기쁘게 들리는 이는 이것을 믿을 것을 택하겠고, 이것이 두렵게 들리는 이는 그러하지 않겠지요.

서양의 한 고승이 하신 말씀에 수행자에 불과한 제가 사족을 붙여봤습니다. 제 주제를 넘어선 것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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