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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2)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이어집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하여 설거지 하기

삼십 년 전에, 내가 아직 투 히외 탑에서 신참이었을 때, 설거지는 그다지 유쾌한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승려들이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은거의 계절에, 두 명의 신참이 모두를 위한 밥을 다 해야 했고, 때로는 백명도 넘는 승려들의 설거지도 해야 했습니다. 비누는 없었지요. 우리에겐 그저 양재와 벼쭉정이와 코코넛 껍질밖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높다랗게 쌓여 있는 그릇들을 닦는 일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물이 어름짱처럼 차가운 겨울에는 말입니다. 그럴 때에는 그릇을 문지르기 전에 커다란 단지에 물을 부어 데워야 했습니다. 오늘 날에는 액체 세제와 특수 쑤세미와 뜨거운 물까지 나오는 부엌에 서서 설거지를 하지요. 그건 훨씬 더 즐거운 일이지요. 이제는 설거지를 즐기는 것이 더 쉽습니다. 누구든지 급하게 설거지를 해치우고 나서는 자리에 앉아서 차 한잔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옷가지를 손으로 빨지만, 옷을 빨아주는 기계가 있지요. 그렇지만 식기세척기는 좀 지나친 것 아닌가요!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에는 오직 설거지만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그릇을 닦고 있을 때에는 자신이 그릇을 닦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얼핏 보자면 좀 싱거운 얘기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간단한 문제를 왜 그렇게 강조하냐구요? 하지만 바로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내가 거기 서서 이 그릇들을 닦고 있다는 사실은 호흡을 따르는 것이고, 내가 여기 있음을 의식하는 것이며,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결 속에서 이리 저리로 떠밀리고 있는 물병처럼 아무 생각없이 이리 저리로 떠밀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설거지 할 때 꼭 기억하세요. 저도 설거지 할 때마다 이 말씀을 떠올립니다. 청소할 때도 응용할 수 있지요. 저는 청소할 때 꼭 이 말씀을 떠올립니다. 설거지와 청소를 자주하는 것도 심오한 수행이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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