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자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주(州)의 총학생회 회장인 주지사로 선출되었습니다. 매년 주 전체에서 1~2백 명의 소년들이 뽑혀와서 입법부와 행정부를 선출하고, 사법부를 임명하며, 직접 통치를 해보는 등의 민주적 절차를 몸으로 체험해보기 위하여 일주일씩 회동을 하였습니다. 저는 주의 정치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것이 바로 주 총학생회의 목적이었지만, 저는 저 자신에 관하여 더욱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총학생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주지사만 제외하고는 파란 모자를 썼습니다. 저는 하얀 모자를 썼습니다. 제가 그 이듬해에 새로운 주지사를 임명하는 것을 도와주려고 다시 참석했을 때(전년의 주지사만이 다시 참석합니다.), 새 주지사가 취임 선서를 할 때까지 저는 그 단 하나의 하얀 모자를 줄곳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파란 모자로 바꿔써야 했습니다. 저는 그 경험이 얼마나 힘든 것일지에 대하여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저의 하얀 모자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주지사를 그만두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 아픈 경험의 뿌리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저의 동료들로부터 존경받고, 존중받고, 또 칭송받고자 하는, 그리고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자 하는 저의 욕구였던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거나 타인들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하얀 모자가 있습니까? 어쩌면 그건 당신이 모는 차거나, 당신의 헤어 스타일, 옷, 지성, 아니면 직장에서의 직위일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제는 당신에게 그 모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세요. 만약에 당신에게는 어떤 모자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 당신의 삶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세요.


주커브 선생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저에겐 여전히 하얀 모자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것들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어떠할지 잘 상상이 안 갑니다. 하지만, 자유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하얀 모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걸 이제 깨닫습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