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 법륜스님 이야기
 

스님은 70년대 청년불교운동과 농민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80년대에는 대학생불교학생회의 지도법사로 있으면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이때 스님은 시위하는 대학생들에게 법문을 해준 죄목으로 잡혀가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와전돼서 ‘운동권스님’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민주화투쟁이 마무리되던 80년대 후반 즈음, 사회적인 현안에서 한발자국 떨어질 수 있었던 스님은 봉암사에 들어가 1백일간 침묵하며 부목생활을 했다. 그 1백일이라는 사색의 기간 동안 스님은 모든 총체적인 인간의 문제를 4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선 인류적인 차원에서는 기아·질병·문맹의 문제였고,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환경문제, 사회적인 문제로는 종교·정치·민족·인종·이념에 따른 분쟁, 그리고 개인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생겨나는 마음의 문제였다. 결국 자연환경은 아름다워야 하고, 인간사회는 평화로워야 하고, 개인은 수행을 통해 행복해야 하고, 이것이 곧 정토세계(극락)라는 결론을 얻은 스님은 실천운동단체인 정토회를 만들게 됐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환경운동, 북한돕기운동, 인도돕기운동…, 뭐 이렇게 하는 운동이 많냐고요. 하지만 자연과 인간과 사회는 하나이고, 이건 하나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긴 인터뷰가 끝날 무렵 스님과 함께 탄 차가 멈춘 곳은 청량리. 부랴부랴 차에서 내리는 스님을 보고 어디선가 달려와 뜨거운 포옹을 하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바로 ‘밥퍼 목사’ 최일도 목사였다. 알고 보니 법륜스님과 최일도 목사, 그리고 두 사람이 이끄는 정토회와 밥퍼운동본부는 평소 친선 체육대회를 가질 만큼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그날 ‘밥퍼운동본부’의 개원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스님은 재미있는 축사로 그곳에 참석한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최일도 목사는 스님의 막사이사이상 수상소식을 전하며 함께 기뻐했다. 배고픈 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시간, 앞치마를 질끈 두르고 갈고 닦은(?) 서빙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어떤 종교와 사상, 이념보다도 진실되고, 따뜻해 보였다.

- 여성동아 (http://www.donga.com/docs/magazine/woman_donga/200209/people05.html)

"초기에는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어요. 젊은 사람들, 주로 운동권 성향의 사람들이 참여했으니까. 또 재가 불자도 아닌데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지요. 도문 스님이 20년이 지나 머리를 깎으라고 하셨는데 잊고 있었어요. 머리 기르고도 잘 하는데 깎을 게 뭐 있겠냐 그랬지요. 나도 모르게 밖을 고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머리를 깎게 된 계기가 생겼지요.

어느 날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는 상이 군인 한 명이 중이 되려고 절에 찾아왔어요. 그 소리를 듣자 버럭 화가 나는 거예요. 부처님은 누구나 승려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어찌 장애인의 몸으로 거지 하다가 스님이 될 수 있는가 싶었어요. 월남전에 참여했다가 장애인이 되었고, 자살까지 하려다가 중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거예요. 내 조용히 말했지. 답답한 마음을 닦으려면 꼭 출가하여 스님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조용한 산사에 가서 수행하시라고. 내말에 어폐가 있었어요. 일과 수행이 아나인데, 수행과 포교를 분리하여 기도는 조용한 곳에서, 포교는 사람과 부딛치는 현실에서 하는 별개의 것으로 여겼던 거예요. 포교하기 위해 제작한 안내문에 '마음이 불안한 자여! 부처님께서 마련하신 좋은 안식처로 오라!' 고 했는데, 난 정작 답답해 죽을 지경이 되어 온 그 사람을 내내 빨리 돌려보낼 궁리만 했거든.

아! 내가 이제까지 포교한다고 했던 행위들은 무엇인가?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쳐서 포교에 전념한다고 했지만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나에게는 또 하는 상(相), 기둥이 있었던 거였어요. 바로 '나는 아주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라는 아상(我想), 자신이 헌신적이라는 상, 그 기둥이 나의 전부였는데, 그 기둥이 위선이었음을 자각했을 때 그 막막함이란 굉장히 클 수밖에 없었죠. 내가 확 무너져 버리자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렸어요. 넋이 나간 채 나도 모르게 경주 남산으로 향했어요. 칠불암 부처님 앞에 3일 내내 쓰러져 있었죠. 자신의 뿌리까지 완전히 부정될 때의 무서운 아픔이 지나고, 마침내 마음에 한 줄기 빛 같은 것을 받으며 회복했지요. 그 뒤에 변한 점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 자신의 수행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불만이 사라지더라구. 철저히 나를 보고 나서 내가 밖을 고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삭발을 했지요."

- 곽문주 기자의 인터뷰 / '깊은 참회' 싸이트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