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족, 정
 

너무 바쁘니까 가족들에게는 많이 소홀하시겠어요. 다일공동체가 아닌 가정공동체는 어떻게 꾸리셨습니까?

우리집 가훈이 '직접, 솔직히, 부드럽게'입니다. 아침마당인가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행복한 가정 1위에 저희 가정이 뽑혔더군요. 넉넉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생각이 달라도 행복할 수 있어요. 요즘 성격차로 이혼한다고 하는데 그건 이혼사유가 안 됩니다. '다름'이 축복이에요. 가장으로서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데 집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하고 싶대요. 제가 해준 것은 딱 한가지입니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면 얼마나 힘드냐, 얼마나 외롭냐 하고 그 느낌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위로해준 거요.

자녀교육 방법론에 있어서는 아내와 늘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애들은 무조건 사서라도 고생시켜야 된다는 주의예요. 하지만 집사람은 “고생은 당신만 하면 되지 애들까지 왜 고생 못 시켜 안달하느냐”고 합니다. 저는 중3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자전거로 배달 안 해본 게 없어요. 우유, 자장면, 계란, 신문 등등. 한번은 추운 겨울에 계란을 배달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를 피하다가 넘어졌는데, 마침 그곳이 흙탕물이었어요. 길거리에서 30분쯤 울었나봐요. 추워서, 서러워서, 계란이 아까워서. 그때 40대 중반의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쓰러진 저를 일으켜세우며 “이 녀석아. 너 이러다가 얼어붙겠구나. 이럴수록 힘을 내야지” 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널 보니까 꼭 어릴 때 날 보는 것 같구나” 하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후 최초로 부성애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준 분이었어요. 5년 전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을 때 정작 그분을 찾고 싶었는데, 이름도 모르고 집도 몰라서 결국 못 찾고 다른 은인을 찾았습니다. 어느덧 제가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우는 청소년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가겠어요.


      7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