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길 하나의 생각: 목사, 스님 종교 참뜻 찾아 마주보기
 

"모든 종교는 사람을 섬기기 위해 존재할 때만 그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에 함께 공감했습니다." (이동연 목사)

"예수님도, 부처님도 사람들에게 기독교가 최고다, 불교가 최고다라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혜성 스님)

마흔네살 동갑내기 목사와 스님이 지난 1년간 편지.전화를 주고 받으며 종교의 참뜻을 궁리했다. 그리고 그간의 사색을 모아 '두개의 길 하나의 생각'(더불어책刊)을 냈다. 인천 한누리교회 이동연 목사와 강화도 백련사 혜성 스님이 그들이다.

이들이 보는 종교는 자기 버림을 통해 세상을 맑게 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친구.가족.부부 등이 물질에 따라 우열이 가려지는 세상에서 교회.절마저 '천국의 땅따먹기'에 가세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종교를 보기로 했다. 불교는 불교의 특색을 살리고, 기독교는 기독교의 특색을 살리면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그래서 사회에도 기여하는, 이른바 '윈-윈 전략'을 모색했다.

재미있는 건 두 명 모두 개종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 때부터 미션 스쿨에 다녔던 스님은 '유일신'을 강조하는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존재의 차이를 부정하는 불교에 귀의했고,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성장한 목사는 교회에서 들은 '천국''용서' 등에 매혹돼 기독교에 입문했다.

이들은 천국.길.세상.관계.욕망.돈.분노.자비.사랑 등을 놓고 많은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부처와 예수의 차이는 다름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에 감격했다. 혼탁한 물 속에서 깨끗하게 피어나는 연꽃(불교)과 가시밭의 가시에 찔리면서도 진한 향기를 바람에 날리는 백합(기독교)은 동일체인 것이다.

- 중앙일보 20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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