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 강원용 목사의 신앙 고백
 

개신교, 독선을 버리자

"무조건 믿어라? 아니 이제는 충분히 따져 본 뒤 제대로 믿자."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원로인 강원용(88.사진)목사가 주류 개신교의 '닫힌 신앙'이 갖는 독선을 향해 토해낸 메시지다. 그는 "마지막 저술이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과 떨리는 마음"으로 쓴 신앙고백록'내가 믿는 그리스도'(대한기독교서회)에 이를 담았다.

이 책은 10여년 전 자서전'빈들에서'(전3권)의 곳곳에서 보이던 시퍼런 날이 부드러워진 점이 눈에 뜨인다. 그래서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책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것은 강 목사가 해방 직후 벌인 청년운동과 함께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위원(1974년) 한국방송위원장(88년) 활동 등 '가장 행동반경이 넓었던' 개신교 지도자여서다.

"성서의 문자가 모두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라는 데는 결코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독교 신자들이 성서는 일점 일획도 오류가 없는 절대적인 진리의 경전이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것은 근본주의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고, '절대신앙'의 이름으로 독단과 과오를 범합니다."(22쪽)

대다수의 신자들이 믿고있는 '성경 문자주의'에 대한 이 책의 비판이다. 성경의 토씨 하나도 신의 영감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태도는 성숙치 못한 신앙이라는 것이다. 성경이 "어느 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준 책"이거나 "무균의 실험실 같은 초역사적 진공에서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내 종교만이 옳다'는 편협함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강 목사의 비판은 교회 안에서의 예배 행태가 '경건한 기만극'이 아닌가 하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목사는 입만 가지면 되고, 성도들은 귀만 가지면 되는 예배"(324쪽)에는 막상 경건함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비판은 기본적으로 내가 신학자 라이홀트 니버 등으로부터 배운 자유주의 신학일 뿐이다. 혹시 일부에서 내가 다원주의자라는 식의 비판은 합당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목사는 "대부분 한국교회가 수용해야 할 비판이다"라고 말했다.

강 목사는 함경도 이원군의 화전민 출신. 14세 때부터 신앙을 가졌고 해방 이후 월남하여 기독교 청년운동을 펼치며 청년웅변가로 이를 떨쳤고, 이후 많은 공직을 담당하며 '살아있는 현대사'라는 별명을 가졌다. 나오노평화상(2000년).만해평화상(2002년) 등을 받았다.

- 중앙일보, 20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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