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길상사 봄 법문
 

"행복은 다음에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이 순간의 행복은 놓치고 있습니다."

법정(사진) 스님이 16일 오전 서울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봄 법회에서 법문을 펼쳤다. "다 내려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무심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그 안에서 행복의 싹이 튼다"는 '행복 찾기'법문이다.

스님은 옛날 아프리카 탐험에 나섰던 유럽인과 원주민 사이의 일화를 소개하며 속도와 효율성에 매달리는 현대인의 비인간성을 지적했다. 유럽 탐험가가 원주민을 짐꾼 겸 안내인으로 앞세워 쉬지 않고 나아갔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원주민들이 꼼짝도 않고 주저앉더란다. 화가 난 탐험가가 이유를 다그치자 원주민들은 "이곳까지 너무 빨리 왔다. 우리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더라는 것.

스님은 "제한속도가 100km인 도로에서 140, 150km로 달리면 연료만 많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 실수를 부른다"며 "무슨 일에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또 영혼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마음의 안정을 이뤄야 사람의 도리를 생각하게 되고 주위의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스님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능력이 있다"며 이렇게 법문을 마무리했다.

"활짝 핀 꽃에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들으면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십시오."

- 중앙일보, 200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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