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독교 '학계의 벽' 허물다
 

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부처님 오신 날'(5월 5일)을 맞아 내린 법어가 화제다. 스님은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인류 구원의 스승으로서 부처와 예수를 동격화한 것이다. <4월 26일자 15면 참조>

이 법어에 대한 지성계의 화답인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1957년 창립.회장 이종오.명지대 인문교양학부)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1988년 창립.회장 김용표.동국대 불교학)가 종교간 화해와 평화, 상생을 모색하는 학문적 실천의 마당을 처음으로 마련한다. 5월 19일 성공회 서울대성당 프란시스 홀에서 열리는 '인류의 스승으로서 붓다와 예수'주제의 '제1회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두 단체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자기 확장에만 관심을 갖는 종교계의 종파 중심적 사고를 반성하고 나아가 폐쇄적인 종교의 분위기를 서로 협력하는 건강한 분위기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첫 대회는 종교간 이해와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 '불교에서 본 예수'(우희종.서울대 수의학) '기독교에서 본 붓다'(김경재.한신대 신학 명예교수) '스승으로서의 붓다'(이만.동국대 불교학) '스승으로서의 예수'(이정배.감신대 종교철학) 등이 발표된다. 각각의 발표에 대해 상대 종교측에서 논평을 하고 토론한다.

김용표 교수불자연합회장은 "주제를 '종교 권력의 문제'로 다루려고 했으나 첫 대회 주제로는 아무래도 무겁고 예민해 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생명관 등 양 종교의 윤리.종교 체험.공동체로서의 교단, 성직자와 신자의 관계 등으로 주제를 다양화 하는 한편 '자비와 사랑'이라는 종교관을 통해 인권.환경.통일 문제까지 논의해 양 종교가 협력하는 학문적 실천 방안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대화문명시대다. 이번 양 종교간 지적 모임의 목표가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실현되려면 일선 교회와 사찰의 이해와 협조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개신교계의 이해를 바랬다.

기독자교수협의회 총무인 조재국 (연세대 교목) 교수는 "이 대회가 종교간 학문적 대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그는 "양대 종교가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실천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하여 거시적인 담론을 형성하면 양 종교가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정신적 지주로서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학술대회는 2005년 백담사에서 열린 교수불자대회에 참가한 김은규(성공회대 교수)신부가 "기독교계가 배타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이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해 몇 차례의 회합 과정을 거쳐 성사됐다.

-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중앙일보, 2006.4.27

 

기독자 교수와 불자 교수의 종교 간 상생을 위한 첫 공동학술대회를 주도하는 교수들. 왼쪽부터 남궁욱·정경연·김용표·권진관·조재국·김은규 교수 등이 성공회 성당 앞에 모였다. © 사진=만불신문 제공

위의 화기애애한 인식과는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있는 일부 개신교 종사자에 관한 같은 날의 뉴스:


성희롱발언이어 대통령에 욕까지 목사맞아?

한 목회자가 공개 석상에서 상식 이하의 성희롱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기독교계 안팎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기독교 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통일선교대학 이사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담임.청교도영성훈련원장)는 19일 천안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천안.아산 지역 연합 대성회'에서 설교를 하는 도중 "미스코리아, 청와대 노 선생도 예수 안 믿으면 일단 사단의 종이다.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의 지배를 받는다. 사단 아니면 하나님. 중간은 없다"고 했다.

또 전 목사는 "여자들 교회 올 때에 너무 짧은 치마 입으면 돼? 안 돼? 속옷 다 보이는 치마 입으면 돼? 안 돼? 내가 그렇게 입고 오면 들춘다. 인터넷 들어가 봐. 전광훈 목사는 빤스 입은 여자 들춘다고 나와 있어"라고도 했다.

전 목사는 이웃 종교에 대한 혐오감은 물론 상식 이하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모든 종교는 원수 마귀 사단이가 역사하는 것"이라며 "불교분과위원회, 이슬람분과위원회 식으로 악령들이 분담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교는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라는 주제였으며 전 목사는 한국사회와 애굽을 비교했다. 그는 세상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기 전의 애굽(이집트)과 같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또 하나님은 즉시 심판하지 않는다는 설교를 하며 그 증거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나님은 즉시 반응하지 않아 인간들이 죄에 담대하다. 노무현 대통령같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도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는다. 내가 한번 해볼까. '노무현, 개XX야'. 봐. 이래도 안 쫓아오잖아. 하나님은 노무현보다 높아? 낮아? (사람들이 "높아요"라고 대답하자) 일개 대통령보다 천배 만배 높은 하나님이 그렇게 쉽게 대응하겠느냐. 하나님이 즉시 반응 안해도 (사람은) 심판대 앞에 설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전 목사가 부활을 내세워 큰 돈을 헌금하라는 내용으로 끝맺음한 설교를 전하며 "목회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 디지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