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헷세 - 인류 공통의 신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책과 풍부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읽을 줄 알게 되면 모든 사상과 문학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고, 개성을 지닌 존재이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아름다움과 매력이 이런 개성과 일회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여러 민족의 이런 수십만 가지 목소리가 모두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고, 다른 이름으로 같은 신을 부르고 있으며, 같은 희망을 꿈꾸고,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 수많은 언어와 책이 수천 년 동안 엮어 놓은 수천 가지 거미줄에서 놀랍도록 숭고하며 초현실적인 키메라가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천 개의 엇갈리는 생김새가 조화를 이룬 인간의 얼굴이다.

- 헤르만 헤세,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웅진닷컴, 2000, p.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