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이름 없는 하느님
(연합뉴스, 2002.12.26: http://www.yonhapnews.net/news/20021226/070901000020021226110810K9.html)
많은 논저에서 기독교의 배타성을 비판하고 '열린 종교'로의 지향을 일관되게 피력해왔던 김경재 크리스천 아카데미 원장(한신대 신학과 교수)이
자신의 다원주의적 종교관을 가감없이 드러낸「이름없는 하느님」(삼인刊)을 펴냈다.
"각 종교는 각기 나름의 구원의 길을 열고
있다. 타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과 존경심을 갖되 자기가 귀의하는 종교에 깊이 헌신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신앙의 자세이다. 우리는 유일신 신앙을
신이 한 분이라는 숫자에 붙잡힌 일신론적 신화로 잘못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간 김 교수는 종교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을 기독교의
배타성에 두면서 기독교 목회자들과 신도들의 편협성과 보수성, 근본주의 신학의 성경무오설 등 성경 권위의 절대화를 그 배타성의 내용으로
지적해왔다.
이번 저작에서 저자는 '유일신 신앙'의 오독(誤讀)을 도마에 올렸다.
"하느님이 이름이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자신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와 풍토와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실한 언어로 붙인 이름들이 있을 뿐. 그것은 하나님이기도 하고 알라이기도 하고
비로자나불이기도 하고 브라만이기도 하고 한울님이기도 하며 신, 로고스, 도, 태극이거나.."
김 교수는 특히 이러한 일신론적
유일신관을 가장 배타적 관점에서 해석한 종교가 기독교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주장하는 강렬한 배타적 유일신 신앙의 빛깔
때문에 지독한 종교적 이기심에 젖어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적 이기심은 심지어 "우리 조상이 기독교를 모르고 예수 이름을 듣지
못했다 해서 모두 지옥에 갔거나 구원받지 못했다고 가르치는..조상을 모두 구원받지 못한 자리로 내몰고 마는 신앙관과 신학이론에 안주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며 고 저자의 비판은 이어진다.
김 교수는 "유일신 신앙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이 그 전통의 귀중함을 간직하되
유일신 신앙을 특정 종교에만 있는 특수한 신관으로 오해하는 종파적 유일신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정한 유일신 신앙이란 바로 그러한 특정
종교나 문화, 종족, 인종, 언어에 예속되거나 종속된 신관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일신 사상의 전통이 강한 셈족계 종교 인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 등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어떻게 불려왔는지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전통에 등장한
불교와 유교, 동학, 원불교 등의 하느님 신앙에 대한 존재론적 의의를 탐색한다. 268쪽. 1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