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나무 그늘이 있네.
여기 텅 비어 고요한 장소가 있네.
여기 깔개가 있네.
형제여, 어서 앉으시게.
똑바로,
든든하게,
평화로이 앉으시게.
잡념들로 하여금 그대를
공중에 들어올리지 못하도록 하시게.
허벅지가 땅에 닿도록 앉아서
땅과 하나가 되시게.
형제여, 가벼이 웃는게 좋겠네.
땅이 제 든든함과 평화와 기쁨을
그대에게 옮겨줄 것이네.
호흡에 마음 모으고
평화로이 웃으며 땅에 접한 무드라를 유지하시게.
지난 날 그대
잘 안된 적도 있었겠지.
땅위에 앉아 있지만
삼계를 돌고 돌면서
환의 바다에 가라앚아 있던 그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겠지.
그러나, 땅은 언제나 잘 참아 견디고
일편단심이라네.
지난 억 겁의 생을 통해서
그대를 기다려온
땅이기에
지금도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네.
그래서 땅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라도
그대를 기다려 줄 수 있지.
언제고 그대가
자기 품으로 돌아올 줄을 알고 있기에.
사랑은 결코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하지 않고, 땅은
사랑하는 어머니기에
언제나 그대를 처음 대하듯이
새롭게 싱싱하게 환영한다네.
그대 기다리기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일세.
어머니 땅으로 돌아가시게. 형제여.
그대 저 나무처럼
땅에 접한 무드라로 들어가면
그대 영혼의 나뭇잎,
가지, 꽃들이
푸르게 싱싱하게 피어날 것일세.
텅 빈 오솔길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네, 자매여.
풀밭과 작은 꽃들의
향기
자갈돌이 깔려있는 오솔길에는
아직도 어머니 손 냄새와
그대 어릴 적 모습이 남아 있지.
느긋하게, 평화로이,
걸으시게.
그대 발을 땅에 깊숙히 묻으시게.
잡념들로 하여금 그대를
공중에 들어올리지 못하도록 하시게, 자매여.
순간마다 길로 돌아가시게.
길은 그대의 가장 가까운 벗.
길이 제 든든함과
평화를
그대에게 옮겨줄 것일세.
숨을 깊이 쉬면서
땅에 접하는 무드라를 유지하시게.
발로 땅에 입을 맞추듯, 손으로 땅을 쓰다듬듯
그렇게
걸으시게.
그대가 남기는 발가국들은
'지금'에게 '여기'로 돌아오라고 명하는
황제의 옥새처럼 될 것일세.
그리하여
삶은 현존하고
그리하여 피는 그대 얼굴에
사랑의 색깔을 입히고
그리하여 인생의 경이로움이 드러나고
그리고 모든
괴로움은 평화와 기쁨으로 바뀔 것일세.
지난 날 그대 실패한 적도 있었겠지. 자매여.
오솔길을 걸어도, 삼사라에 길을 잃고
환의 세계 깊숙히 빠져 있던 그대
허공을 떠다니는 것 같았겠지.
그러나 아름다운 길은 언제나 참고 견디며
그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네.
그대에게 그토록 익숙한 길,
그토록 믿음직한 길은
언제고 그대가 돌아올 줄을 알고 있기에,
처음 만나듯 그렇게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그대를 기쁘게 환영할 것일세.
사랑은 결코 이것을
마지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네.
길이 그대라네, 친밀한 자매여.
그래서 지치지 않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지.
그것이 지금 붉은 먼지로 덮혀있든,
가을 낙엽들-
아니면 차가운 눈으로 덮혀 있든,
길로 돌아가시게, 자매여.
나는 알고 있다네.
저 나무처럼 그대
땅에 접하는 무드라로 들어가면
그대 영혼의 꽃망울들이
나뭇잎, 기둥,
가지들이
신선하게 아름답게 피어나리라는 것을.
- '오얏나무'님께서 보내주신 글로, '풍경소리'에
게재된 틱낫한 스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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