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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평화
(2) Living Peace - 명상과 활동의 영성
- 존 디어
머리말
아침마다 나는 시간을 내어 하느님의 평화 안에서 지금 이 순간의 침묵 속에 앉아 있다. 평화의 영으로 숨을 쉰다. 영성생활의 중심인 내적
평화 안으로 깊숙이 돌아간다. 하느님 곁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사랑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평화를 나누라는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그 내밀하고 성스런 평화 안에서 나는 자신을 재발견한다. 그 순간, 내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다시 마음에 새긴다.
그날 나머지 시간을 나는 평화의 영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번잡한 일상 속에 판에 박힌 행동을 하다가도 할 수만 있으면 내 중심에 있는
공간으로 돌아가려 하고 그리고 같은 정신으로 하루를 마감하려고 애써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사이 내 삶은 천천히 변화되었다.
평화의 영은 워싱턴과 북 캐롤라이나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부터 나를 이끌어 예수회 수도원으로 데려가 카톨릭 신부가 되게 했으며 세계 곳곳의
급식소로, 쉼터로, 전쟁터로, 감옥으로 돌아다니다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평화운동단체인 화해연맹(FOR, Fellowship
of Reconciliation)에서 총무로 일하게 했다.
1915년부터 FOR은 비폭력을 평화로 가는 유일한 수단으로 내걸고 세계 전역에서 정의를 구현하고 무장을 해제시키는 일을 해왔다. FOR은
모든 종교, 인종, 계층, 문화에 속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살면서 행진도 하면서 평화의 하느님을 추구하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할머니들,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종교 지도자들까지 그 참여하는 회원층이 넓고 두텁다. 제인 아담스, 도로시 데이, 마틴 루터 킹, 토마스 머튼, 틱낫한,
헬렌 프레진 등이 회원이었고 현재 회원이다.
내 사무실에는 이들 위대한 증인의 사진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도로시 데이 그리고 토마스 머튼이 나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며 굳세게 평화를 지켜내라고 격려한다. 그들은 성인단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면서 자리에 앉아 평화의 영으로 숨을 쉬는 동안 나는 다시 한 번 이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사명감에 젖어본다. 나는 세계 모든 곳에 평화의 영이 확산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평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모두 부러진 가슴들, 찢겨진 가족들, 피로 물든 도시 골목들,
부패한 정부청사들, 그리고 전쟁터와 피난민 수용소들 틈에서 평화에 목말라하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우리는 폭력에 에워싸여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른 다섯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지구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가난과
굶주림이라는, 속도가 느린 폭력은 매일, 그것도 대부분 어린 아이들을, 4만명 이상 죽이고 있다. 재난과 궁핍은 개발도상국들의 2조가 넘는
민중을 짓누르고 있다. 인종차별, 성차별 등 온갖 차별, 증오가 빚어내는 범죄들, 실업자, 노숙자, 적절치 못한 건강관리,계속되는 환경파괴,
고문, 사형집행, 기타 인권탄압, 특히 1990년 이래 미국과 유엔에 의해서 강행되어온 경제적 제재 아래 백 만이 넘는 이라크의 민중들 그것도
대부분 다섯 살 미만인 아이들의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 곳곳에, 대부분은 미국에, 비치된 2만개가 넘는 핵무기들의 가공스런 위협이
우리 모두를 폭력과 죽음으로 짓누르고 있다.
이런 세상 한 복판에서 나와 동지들은 비폭력이라는 환상(vision)에 매달려 있다. 신앙의 다양성을 관통하여 존재하는 기도의 정신으로
우리는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마틴 루터 킹이 "사랑받는 공동체"라고 불렀고 예수 그리스도가 "임박한 하느님의 나라"라고
말했던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내다본다.
그러나 그 위대한 선각자들이 알았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삶의 모든 차원에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들의 모범은, 먼저
하느님께로 향하여 그분으로 하여금 우리 가슴의 무장을 해제시키시도록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고 우리를
부추긴다.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찾는 평화가 '되기'를 요구한다.
평화의 정신으로 단순히 살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로써 전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전적 진리다. 이 변혁에 참여코자
한다면,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 안에 있는 폭력을 뿌리 뽑고 우리에게 상처
입힌 자들을 용서하고 쓰라림과 앙심을 놓아버리고 서로 화해하며
하느님의 영이 자유롭게 우리 사이를 운행하도록 자신을 열어놓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에겐 숨을 깊이 쉬고 중심으로 기도하며 모든 인간들과
피조물로 더불어 나눌 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인 평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삶 속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자기변혁을 이룰 때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온전함과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관통하여 깊은
평화를 추구할 때 우리는 세계를 바꿀 수 있고 간디, 킹, 도로시 데이처럼 좀더 나은 세계를 증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인생이 되는 것보다 더 짜릿하고 도전적이며 뜻
깊은 것은 없다.
그래서, 여기 내 인생여정에서 얻은 바 교훈과 성찰들을 한 책에 담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에 담겨진 내 경험들이 우리 모두 함께 서서
하느님의 평화를 마주 대하는 그 영광스런 날로 가까이 가는데 도움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이진경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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