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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평화
(3) Living Peace -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되기
- 존 디어
제1부:
평화의 깊이 - 내면의 여정
1.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되기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자들에게 위대한 대부였던 브라질의 돔 헬더 까마라 대주교가, 1999년 타계하기 수년 전,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한
교회에서 대중 강론을 하고 있었다. 강론을 마쳤을 때,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신부님은 암살 위협도 받으셨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조직적
압력도 겪으셨고 폭력을 쓰는 정부의 반대도 받으셨고 심지어 교회 안에도 신부님을 미워하는 세력이 있었는데, 그 모든 일을 겪으면서 무엇이 가장
다루기 힘든 적이었습니까?
돔 헬더는 말 없이 손을 들어 머리 위로 천천히 원을 그리다가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이게 내 가장 고약한
적입니다. 아주 다루기 힘든 상대지요. 바로 여기가 평화를 위한 내 투쟁의 가장 격심한 전장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도 가장 큰 적이 누구였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영국과 자신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말하고, 인도 내부의 폭력과 계급주의와 편협한
고집불통에 대한 자신의 투쟁을 언급한 다음 끝으로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기 안에 있는 폭력과 이기성과 불완전함에 대하여 말하고 나서 이들
가운데 맨 나중이 가장 큰 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적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소."
우리는 남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자 한다면 먼저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피에 젖은 전쟁터에서 평화를 옹호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때가 많다.
돔 헬더 까마라와 마하트마 간디를 아는 사람은 그들에게서 깊은 내면의 평화가 뿜어져 나왔음을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평생토록 그들 내면에서 진행되어온 투쟁의 값진 열매인 것이다. 그들은, 평화와 비폭력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기 속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평화는 우리 각자의 안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되풀이하여 자기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자기를 용서하고 자기에게 편들어주고 자기를 용납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자기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고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의 선물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평화를 내뿜고 남들을
사랑하게 된다.
평생토록 계속되어야 하는 이 내면의 평화를 향한 여정에는 정기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하고, 또 가지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말은, 우리 안에 있는 폭력의 뿌리를 끊임없이 성찰하여 뽑아버리고 우리 자신과 남들을 겨냥한 폭력의 뿌리를 흩어버리며
평화로이 살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 친절과 자비를 베푸는
것을 뜻한다. 자기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 때 우리는 더욱 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을 평화 속에서 진행되는 모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를 지으신 하느님께로 돌아가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폭력과 증오에서 물러나 평화와 자비의 영에 자신을 열어놓음으로써 우리는 자기 인생을 꽉 차게 살면서 남들을 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가 부닥치는 가장 어려운 도전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악마들과 씨름하고 있다.
날마다 우리는 그 악마들을 친절로 대해주고 자기 자신을 포옹하며 자기의 친구가 되어주고 자기 가슴을 비무장시키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평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참된 실체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우리는 사람들이 저마다 독특한 존재면서 평화의 하느님께로부터 사랑받은 자녀임을 더 깊이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진리 안에서 우리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발견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내면의 싸움이 너무나도 힘들다. 많은 이들이 내면의 싸움을 치르면서 도저히 자기는 변할 수 없으며 내면의 평화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인생 자체를 힘겨워한다. 그러다가 폭력과 절망에 무릎을 꿇기도 한다. 노숙자들의 대표적 옹호자였던 내 친구 미츠 스나이더르
잊을 수 없다. 20년 가까이 미츠는 가난한 이들을 대변해왔고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위를 조직했으며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숙자 쉼터의 총무였는데,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의 쉼터는 1천
개가 넘는 침대가 갖추어져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내가 워싱턴에서 노숙자를 위한 작은 쉼터를 운영하고 있을 무렵, 자주 미츠를 만나
노숙자들의 곤경과 그들을 위한 주거 대책을 의논했다.
미츠는 사회의 버림받은 자들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쳤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노숙자로 몰아가는 체제와 제도에 대한
분노로 차츰 생명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그는 비폭력을 옹호하는 사람이었지만 때로 자신을 삼켜버리는 내면의 악마들로 말미암아 괴로워했다. 수년간
미츠는 쉼터를 찾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1990년 그의 노력은 좌절되고 말았다. 게다가 동시에
한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끝장나고 말았다. 1990년 7월 3일, 절망 속에서 미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자살은 우리 모두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나라 안의 가장 비참한 이들을 옹호하고 대변하고자 정의와 비폭력을 실천하는데 자신의 생을 바쳤지만, 미츠는 같은 비폭력 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대하는 일은 실패했고, 그래서 결국 그의 내면에 숨어있던 폭력이 자신을 파멸시켰던 것이다. 그의 죽음은 그를 알고 있던 우리 모두로
하여금 한번 더 자기를 성찰하고 평화와 정의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에 마음을 쓰게 만들었다.
"너 자신을 사랑하듯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예수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용납하는 그 만큼 우리는 남을 사랑하고,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될 때 우리는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와 같은 진정한 자기-사랑은 자기중심주의나 이기심이나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온전함이요. 성스러움이다. 먼저 우리는 자신의 약함, 한계,
사악함, 모자람, 연약함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의존하지 않으면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저지른
실수를 용납하고 자기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우리 안에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받아 들이고 우리 안에 하느님의 평화가 거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우리 속에 평화의 집을 짓는 것과 같고, 그 집에서 평화의 하느님이 영원히 사시도록 환영하는
것과 같다.
앗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말했다. "입으로 평화를 외칠 때에는 아무쪼록 그 평화가 먼저 다신 가슴에 충만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신의 칼을 내려놓고 평화의 삶을 취하여 자기 가슴을 무장해제시키고 나서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평화의 복음을 외쳤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고 모여들어 그냥 그의 곁에 있고 싶어했다. 그에게서 평화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면의 평화란 지극히 고요한 상태로 세상을 거닐면 새들에게 말을 하고 일상의 불우한 일이나 개인의 비극 또는 세계의 사건들에 의하여
어지럽혀지지 않는 그런 것을 뜻하지 않는다. 실제로 참된 내면의 평화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러했듯이, 세계의 문제들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부대끼게 하고 그들의 극심한 공포를 직면케 한다. 만원 지하철의 북적거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고된 노동현장, 핵폭발의
위협 등 우리의 내적 결의에 도전하는 상황은 끊임 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우리에게는 내면의 평화를 기르고 유지할 능력이
주어져 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모든 좌절, 혼란, 비참한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삶이란,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라는 사명을 받은 인간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깊은 확신에 서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확신을 품고 산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면서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상 속으로 곧장 들어가 사형수 감방이나 급식소, 전쟁터에 서게 되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85년, 엘살바도르의 전투 지역에 설치된 한 난민촌에 거하는 동안 나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죽음과 파괴를 목격하며 극심한 슬픔과
아픔과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했는데 그것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속에 뚜렷이 현존하시는 평화의 하느님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난민들과 함께 전쟁의 공포를 겪으면서 그것에 항거하면서 한편으로 내면 깊숙이 하느님의 평화 안에 머물며 기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내적 평화는 자기-만족이 아니다. 전쟁, 폭력, 사형집행, 탐욕, 폭력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으면서 느긋하게 내적 평온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폭력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있다면 우리의 내적 평화는 허망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기 안에
폭력과 심판과 앙심을 가득 담은 채 세상을 향해 평화를 말할거나 세계의 무장해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일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작업은, 폭력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 아무 열매도 거둘 수 없다.
이 시대의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이렇게 말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평화운동에 대한 참여를 유보하고 있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평화운동가들 속에서 평화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은 자주, 자기네의 항거가 얼마나 긴급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확인시키고자
애쓰는 평화운동가들 속에 두려움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본다. 비극은 평화운동가들이 그토록 원하는 평화보다 자기네가 상대하여 싸우고 있는
악마들의 모습을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쟁, 폭력, 불의, 핵무기 위협은 우리각자의 내면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구를 위협하는 폭력에 우리 모두가 동조하고 있음을 인정하기
전에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 안에 있는 폭력을 인정하고 고백하면, 하느님께서 비로서 나서시어 먼저
우리의 분열된 가슴에서 그리고 세계 모든 곳에서 무장을 해제시키실 것이다.
이렇게 자기 속으로 들어가 제 가슴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내적 분열을 치유하고 자기 화해를 추구하여 자기 안에 있는 하느님과 평화를 이룰 때
우리는 더욱 확실하고 강하게 세계를 향하여 무장해제와 화해와 평화를 말할 수 있다. 돔 헬더 까마라, 마하트마 간디, 성 프란치스코, 마더
테레사처럼 우리가 전하는 메세지를 우리 몸으로 체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메세지가 자신의 존재에, 우리 안에 계시는 평화의 하느님께, 그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평화가 사방 세계로 퍼져 나간다. 그것은 실제로 우리의 평화가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평화다.
토마스 머튼은 간디의 비폭력이 "그 자신 내면에서 이루어진 영적인 통일로부터 솟아나온 것이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과
사티야그라하(진실-힘)가 그 통일을 이루는 수단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이루어진 통일의 열매였는지, 그것은 잘라서 말할 수 없다."고 썼다. 간디는
자기 속에 있는 평화의 깊이를 끝까지 들여다보았다. 그는 자기 내면의 폭력을 뿌리 뽑았고 밖으로 비폭력을 주장했다. 그래서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에 평화를 내뿜었던 것이다.
간디는 이렇게 썼다. "비폭력은 맘대로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겉옷이 아니다. 그것의 자리는 우리 가슴속에 있고 그래서 우리 존재
자체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비폭력은 마음의 문제다. 그것은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자기-정화를 뜻한다."
삶의 모든 차원에서-자신의 마음과 영혼 안에서 시작하여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이르기까지-평화를 추구하는 일이야말로 사람이 일생을
걸고 해볼 만한 가장 위대하고 값진 도전이라 하겠다.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에서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한 인간의 어떤 행위보다도 위대한
행위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가슴에서 출발하여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길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영적 여정이다. 그러나 평화의 하느님이 그리신 지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영적 여정이기에 단순하지만 가장 풍성한 축복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되어 자기 안에 계신 평화의 하느님을 바로 모실 때 우리는 비로소 주변 사람들이나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흐르는 세월과 함께, 평화를 이루시는 하느님의 도구들이 되어 이 세계를 좀 더 정의롭고 살기 좋은
세계로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다. 자기 안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일, 그리고 인류전체와 더불어
평화를 추구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 일은 힘든 일이긴 하지만 행복한 결말을 약속한다. 일생을 지금 여기에서 자기 가슴 속에 계신 하느님을 잘 받들어 모시는 데 바쳤으므로
우리는 때가 되면 평화의 하느님을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뵙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그것이 마침내 하느님의 평화로
충만한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평화에서 평화로 한걸음씩 옮겨간 순례의 길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풍경소리에서 펐습니다. 다음은 이현주 목사님의 소개글입니다.--
존 디어 신부가 2001년에 펴낸 책 Living Peace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예수회 신부로서 FOR(미국 최대 규모의 평화운동 조직)의 총무 일을 하고 있는데, 마음공부하는 이들의 21세기 화두라 할 "영성수련과 사회변혁운동의 일치 또는 조화"를 말할 충분한 자격과 실력을 갖추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방면에 관심있는 분들의 좋은 읽을 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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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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