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전해준 지혜(2003/11/23)
 

남병희님께서 보내주신 두 번째 글입니다.

1. 간디

현대 인도의 아버지이자 정신적 지도자 간디는 성년이 된 후 많은 시간을 남아프리카에서 보냈는데, 인종 평등과 비폭력 저항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에서 심한 탄압을 받았다. 1909년 간디는 감옥에서 조국 인도에 있는 아들 마니엘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다. 네 아이 중 둘재인 마니엘은 어렸을 때 장티푸스로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열일곱 살의 건강한 청년으로 생계를 떠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마니엘은 후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신문 편집자이자 민주 운동가로 활약하면서 영국의 지배에 저항해 인도의 독립을 위해서 헌신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니? 아버지가 네 작은 어깨에 지워준 짐이 무겁긴 하지만 넌 그 일을 충분히 해 낼 능력이 있고, 또 기쁜 마음으로 견디어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네가 느끼는 부족 만큼 내가 이끌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도 교육을 부실하게 받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거다. 하지만 마니엘, 아버지는 여기 감옥에서 많은 책을 접한다. 에머슨, 러스킨, 우파니샤드..... 참으로 많은 책을 읽고 있단다. 책을 읽을수록 교육이란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인격을 쌓는 과정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자신의 의무를 아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세상을 전혀 모른채 순진무구할 때만 가능하다. 하지만 열두 살 정도가 지나면서 이 세상에 대해 서서히 눈뜨기 시작하면 무엇보다 먼저 책임에 대해 배워야 한다. 모든 아이에게 진실, 생명의 존엄성, 생각과 행동의 절제를 가르쳐야 한다. 물론, 짜증스러운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과정이어야 하겠지. 그래, 즐거움 그 자체라면 더욱 좋을 게다. 이 얘길 하니까 고향 라콧에 있을 때 본 아이들 생각이 나는구나. 아버지가 너보다 어릴 때 가장 즐거웠던 일은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거였다. 아버지 역시 열두 살이 지난 후로는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덕을 수행하고 체득하는 과정이 바로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교육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 덕을 지닌 사람은 세상 어디를 가도 음식을 나눠 줄 동지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영혼과 신에 대한 진실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2. 토마스 왓슨 1세(Thomas Watson, Sr.)

42년 동안 IBM 주식회사를 이끌어 온 토마스 왓슨 1세는 미국 최고의 권력과 부를 누렸다. 그는 네 명의 자녀에게 언제나 다정다감한 아버지였고, 사업도 큰아들 토마스 2세에게 물려주었다. 1920년대 뉴저지의 쇼트 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토마스 2세는 학습이나 언행에 문제가 많았다. 공공 시설 파괴로 체포된 적도 있어서 세인들에게 '끔찍한 토마스 왓슨'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품행이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브라운 대학에서의 생활은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좌절한 그는 급기야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려 했다. 이렇게 아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왓슨은 자주 편지를 보냈는데, 1936년 12월에 보낸 편지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생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 않다는 사실을, 단지 복잡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좀 더 크면 성공과 행복은 단 몇 가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다음은 앞으로 네가 갖추어야 할 자산과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

자산:
통찰력
이타심
사랑
훌륭한 인격
올바른 예의범절
진정한 우정
성취에 대한 자부심

경계해야 할 태도:
부정적인 생각
돈에 대한 욕심
불건전한 교제
게으른 성격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마음
나쁜 친구'

토마스 2세는 무사히 브라운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IBM의 사장이 되었다. 후일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땐 정말 그런 훈계 따윈 듣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전해준 99가지 지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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