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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안형 사립학교인 키노쿠니(木の國)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종을
심는 장면입니다.
블록이나
돌을 나란히 세워서 화단터가 정해지자 아이들은 꽃모종을 손에 들고
자기 꽃을 화단의 어디에다 심을까 생각하면서 옆 사람 것과 너무 바짝
붙지 않을 곳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꽃모종을 심고나자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화단 가운데에 '내 꽃밭'이라고 표시하기 위해 돌을 동그랗게
둘러 세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꽃모종 하나 하나에도 잔돌로 둘러싼다.
4월이지만
한낮에는 햇살이 벌써 따가다. 모르는 사이에 꽃을 둘러 싼 돌이 뜨거워져서
꽃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주의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진지함은 보통이 아니다. "흙이 단단하니까 부드러운
부엽토를 넣고 심는 게 좋아요"라는 설명을 아주 활실하게 귀에
담고 있었다. 부엽토를 매우 소중한 것처럼 다루고 있다. '자기 꽃'을
부드러운 흙으로 감싸고 나서 단단한 돌로 지키려고 한 것이다. "이것은
내 꽃이에요"라는 메시지다. 하나 하나의 돌을 나란히 세우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을 걸기도 어려울 정도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공동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소리내어 웃기도 하고 여기저기
줄달음치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들 긴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둥글게
둘러싼 돌멩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 것이 필요해' '나를 지키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돌에 둘러싸인 꽃들이 한층 가련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그래, 그렇게 자라는 거다. 스스로가 자기를
지키면서 말이다. 키노쿠니는 '자기'를 소중히 하는 학교이다.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자기'를 소중히
하는 학교, 그 곳이 '키노쿠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도 참으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바위 정원처럼
된 공무점의 화단이지만 그 해 봄부터 잇달아 꽃이 계속 피엇다. 코스모스도
아주 멋지게 피었고 겨울에는 꽃양배추도 건강하고 크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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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 신이치로(掘 眞一郞) 저, 김은산 번역,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
- 일본의 새로운 초등학교 이야기, 민들레, 2001, pp.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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