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와
화엄의 사유 (2006/4/16)
©
Suk Hoon Han
....이
졸저가 21세기의 미래적 사유의 도래를 조용히 말하다가 타계한 20세기의
가장 큰 철학자였던 하이데거를 진실로 우리의 사유에 가까이하는 계기가
되어 그의 사유의 깊이가 우리의 정신문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그 이상의 보람이 없으리라. 영양가가 별로
없는 단순한 사고의 주장들이나 소박한 심정에만 살짝 닿다가 증발되는
감상적인 글들, 그리고 단선적 사고의 대중성이 풍미하는 곳에 사색하는
철학은 깊이 뿌리박을 수 없다. 우리의 정신문화의 빈곤과 공허는 어디에
연유하는가? 사유가 빈곤한 생각들의 홍수에 싫증을 느끼는 분들에게
이 졸저는 그가 말하는 사유를 깊이 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이데거를
통해서 저자가 깨달은 결론은 마르크스(Marx) 이래로 근현대 정신은
인간의 지성과 의지로 세상을 변혁하려고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나,
세상은 절대로 그렇게 해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이데거는 세상이
변해지는 대상이 아니라, 회복되어야 하는 시원적인 사실이라고 보았다.
이 점이 미래적 사유의 출발이다. 그래서 그의 사유는 불교와 노장 사상과
양명학 좌파의 흐름과 같은 세상보기의 길을 간다. 앞으로의 문명이
<존재/소유>, <깨달음/경제과학>, <마음의 가난/시장의
돈>, <농부의 마음/상인의 의식> 등의 투쟁으로 자신의 역사적
운명을 가늠할 때, 그의 사상은 전자의 축으로 문명이 돌기를 바라는
자들의 마음이 되리라. 또 다른 한편으로 앞으로의 문명이 저 양자들의
중도를 취하는 그런 방향으로 흐르 때도, 그의 사유는 존재가 삶에 의하여
타기되지 않기를 바라는 자들이 가장 깊이 사색하는 철학이 되리라.
....[철학적
사유를 홀대하는] 이런 시대에 무엇 때문에 .... 무거운 하이데거의
사상을 불교 사상과 비교하는가? 인간이 존재를 잊거나 무시하면,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인간의 특성을 꾀돌이의 지능으로 간주하게 되며,
대지는 인간의 근원적 거주지가 되지 못하고 돈이 되는 원료 공급처로
전락하고, 인간이 우주의 지배자가 되어 폭군의 전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런 신세로 전락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의 사유가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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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하이데거와 화엄의 사유』, 머리말과 서론 중에서, 청계,
2002, pp. 9,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