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실현을
지향하는 공동체 (2009/6/29)
©
Suk Hoon Han
다음은
제가 싸부님으로 여기는 융 선생님의 국내 최고 권위 소개자이신 이부영
교수님의 글입니다. 신기하게도 융 학파에서 제시하는 자기실현 관과
저의 또 다른 싸부이신 존 듀이의 교육적 성장 관이 궁극에 있어서 일치하고
있는 면모가 보입니다. 아마 궁극은 다 통하는가 보지요. 사실 이 글의
요점은 저의 '교육철학과 역사'라는 강의의 한국교육에 대한 결론적
평가와 다르지 않습니다. 덧붙여, 요즘 공안정국화 해가는
국내 세태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심대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부영 선생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하구요. 이 글이 담긴
책 자체를 강력 추천합니다만, 난이도가 다소 높은 편이라고 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개인의 자기실현에 도움이 될 만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중앙집권화, 대량교실, 획일적 제도, 개성교육의
부재는 개인의 자각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봉건적 농경사회의
대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모성 콤플렉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
역대정권의
개혁과 민주화는 그런 식으로[마치
모성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려는 듯이]
과거 관습의 극단적인 파괴로 시작되었고 그때마다 서양에서도 보편화되지
않은 몰취미한 제도나 방법을 도입하였다 ....
문제는 무엇을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한 합리적 평가와 준비
없이 성급히 획일적으로 시행되었다는 데 있다. 성급함은 모성 콤플렉스의
전형적 증후이며 단선적이고 극단적인 합리주의는 비합리한 본능과의
유대를 단절하려는 과보상의 증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통과의 유대를 손상시킴 없이 진정한 합리성을 가꾸고 키워나가는
노력이다. 그렇게 되려면 오랜 군사독재로 내버려두었던 정치가 파벌정치에서
정책 중심으로 성숙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기본요체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권력간의 합법적 상호견제가 없고 국민에게
비판의 자유가 없고 인권이 유린되는 곳에 인간사회의 발전은 없다.
사회가 시끄럽다고 은근히 독재자를 그리워한다면 그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독재사회에서는 개인의 자기실현이 거의 불가능하고 자각된
개인은 박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회가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전체와 더불어 사는 방향으로 갈지, 개성을 질식시키는 집단주의와
획일주의의 통제사회로 변할지는 오직 개개인의 결단에 달렸다 ....
자기실현―그것은
그냥 말이 아니다. 사회발전의 가장 작은 단위, 어느 날 강과 바다를
이룰 작은 물방울인 개인, 개인의 자각이며 실천이다.
-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 하나의
경지, 하나가 되는 길』 (분석심리학의 탐구 3), 한길사, 2002, pp. 30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