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의 수행 (2010/7/26)
©
Suk Hoon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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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cherie님께서 자신이 겪은 일에 관해 써보내주신 글입니다.
당신이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했겠습니까?
버스와
전철 칸 안에는 일상적 수행의 과제가 정말 많이 숨어 있습니다. ^^
제가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고등학생
정도 쯤으로 추정되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탔었더랬습니다. 만원은 아니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불가피한 상태의 버스 안에서 저는 내리는 문에 위치한 양쪽 봉(기둥)중 왼쪽 봉을 붙잡고 서있는 상태였습니다.
딱히 설 자리가 없었던 그 남녀학생들은 내리는 문으로 이어지는 계단 바로 위쪽에 자리를 잡고 서있게 되었는데
갑자기 남학생이 그 계단에 두세번 침을 뱉는 것이 주변 사람들, 또 저의 눈에 포착되었습니다.
여기서 제 첫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몇일 전 탔던 버스에서 유난히도 밝고 크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던 기사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내리기 전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버스 아저씨의 기분 좋은 인사에도 불구하고 회색 표정으로 일관하며 단 한마디 대꾸도 없는 사람들이(저 포함) 부끄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이겨내려 "아저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내리고 싶었던 저는
결국 버스안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 앞에서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그들 중의 한명이 되어 조용히 하차했었습니다.
이러한 저 자신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던 저는 위와 같은 상황이 닥치자 '그래 이젠 나 자신을 이겨낼 때야. 잘못된 행동을 하는 엇나간 청소년에게 꾸짓는 말한마디 못한다면 난 부끄러운 어른이야'라는
생각으로 해야할 말을 정리하며 그 학생들 쪽을 보고있던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두학생의 대화를 들어보니 그들은 약간 지능이 모자란 학생들이였고, 옷도 한참을 빨지 않은 듯 굉장히 더러웠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 자신이 더 부끄러워졌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상황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저 자신만의 주관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중 그 남학생이 저와 어떤 여자 한 분이 쥐고 서있던 봉에 몸을 기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그 남학생의 옷은 보기에 굉장히 더러웠습니다.
저와 같이 그 봉을 쥐고 있던 여자분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손을 빼냈습니다.
그 순간 저의 두번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의 겉모습에 좌우되어 타인에게 상처를 줄 만한 행동을 취하는게 조금 전 제가 깨달았던 내용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손은 씻으면 돼'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손에 신경이 계속 쓰였고
결국은 전 그 봉을 완전히 잡은 것도 아닌, 그렇다고 놓고 있는 것도 아닌 손가락으로 지탱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태로
서있다가 내릴 정류장이 되어 허겁지겁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 한
친한 언니에게 이야기 하니,
"물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것과, 그로 인해 다른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너의 행동을 경계하고 이겨내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가지만 한 편으로는 나 자신이 꺼려지는 상황이 분명한데도 그걸 이겨보겠다고 오기로 버티고 있는 것 또한 그게 참으로 널 이겨내는
상황이었을까?"
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 상황에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저 자신에게 더 떳떳하고 만족감을 주었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주 사소한 참된 저 자신 찾기에 대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이렇게 저에게 어려운 것을 보면 전 한참 멀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