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 (2013/6/2)
©
Suk Hoon Han
제가
저의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두 번의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하나는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느끼게 된 날,
참 이상하게도 길에서 구걸하는 분, 지하철에서 동정을 호소하며 물건을
팔던 장애인을 보면서 평소와 다르게 지나가는 발걸음과 앉아있는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지금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나는 왜 이런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가,
그렇다면 이 불편한 마음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까.’
그러한 물음 끝에 온 몸에서 열이 나면서 정말 뜨거운 눈물이 나더군요.
지하철 안이었으니 엉엉 울지는 않았지만, 그렇듯 뜨거운 눈물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경험에서 저는 인간이란 혼자 존재할 수 없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타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SNS에
썼던 내용에는 이런 예가 있었네요. ‘돈도 내가 누군가에게 쓰지 않으면
돈이 아니고, 지식도 무언가에 쓰지 않으면 지식이 아니다.’‘내가
저지르는 잘못이 누군가에겐 밥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선행과 악행 모두 홀로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나의 잘못까지도 이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잘못을 저지르고 살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좋은 면, 좋지 않은 면, 그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병리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요.
두
번째는 제가 존경하는 법상스님의 말씀을 읽고서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 때 스님께서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이 왜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괴로워하시는 고민에 이렇게 답해주셨네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태어난 사람이다. 한꺼번에 모든 괴로움을
가지고 태어남으로써 한번에 깨달음을 얻겠다고 그 모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선택을 한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 글을 읽고 제가 겪었던 많은 괴로웠다고 지금껏
판단하고 있었던 삶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괴로움을 통해 무언가를 행하고자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태어난 사람이구나라고
말이지요. 이 사고의 전환으로 저는 제 삶의 경험들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제가 지금 살아가는 이 자체가 다 의미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존재와 저의 삶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감히 우주법계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건으로 제가 지금 현재 느끼는 것은 인간이 튼튼한 뿌리와 큰 기둥을
깨닫게 되는 것은 개인이 독립적인 존재가 됨을 넘어서 자신을 세상과
연결지을 수 있는 통합적인 존재로 깨닫는 것이 전제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나 혼자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이기심이 생기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의
삶이 나를 넘어 이 세상 무언가와 이어져 있고, 나의 말, 행동, 그리고
마음, 그 모든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면, 자신의 말과
행동, 마음가짐 모두가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옳지 못한 선택은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한 꼭지점에 이런
염원을 세워두었습니다. 나의 경험과 지금 받고 있는 모든 감사한 것들이
나의 삶을 통해 어딘가에 이어지고 있는 존재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염원 말이지요.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부터 저는 저의
삶이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무리
힘들다 해도 포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꼭지점을 생각하면 힘든 것을 억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하나의 경험으로 감사한 삶의 일부가 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제가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때도 이렇듯 편안한 상태에서 글 쓰듯 생각할
수 있을까.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지만 단 한 가지 제가 확신하는 것은
저의 생활 속 경험들이 저의 인생의 꼭지점으로 통합되어 가며 하루를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직 갈길이 멀지만 저의 염원을 더욱 튼튼히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염원을 하루하루 이루며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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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