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님의 신과의 만남에 대한 문의에 대한 답장 (2003/4/5)

Y님, 반갑습니다.
먼저, 제 싸이트의 내용을 보시고 공감하셨다니 기쁘구요, 어떤 방식으로든지 싸이트 글들이 님의 신앙의 길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님의 글을 읽다보니, 역시 바이블이 위대한 문헌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답니다. 저 역시 소시적에 바이블을 탐독하며 인생의 의미라는 깊은 주제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었구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기적으로 읽었습니다만, 최근 들어서는 영 손을 안대고 있었네요. 세상에 워낙 귀한 경전들이 많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예수만이 길이고 예외는 절대로 없다는 믿음은 빼고 기독교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미국 이민 사회의 개신교 교단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특한 사회 문화적 환경에서 발생한 변종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무례가 될까요... 미국에 사는 저와 가까운 벗들(크리스챤)은 그래서 교포사회의 교회를 피하고 이런 저런 다른 교회들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종교다원론자로 표현은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분들께 굳이 이 길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의 말씀을 존중하여, 어느 한 종교를 선택해서 그것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박쥐'의 길은 어디 한 군데 머물 곳이 없어,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니까요, 추천할만 한 길이 못되지요. 허나 이런 길이 그래도 좋다는 분들도 계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건방지게 이런 말씀 드려도 될까 모르겠지만, 님께서는 신앙생활이라는 것의 본질을 이미 파악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과의 강력한 관계"라고 표현하신 대로. 그런데, 신과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과의 만남'이라는 형식을 드셨는데, 이는 물론 가장 매혹적인 형식일 수 있겠으나, 아무도 - 제가 아는 바로는 -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는 그런 차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설명이나, 또 그에 이르는 방법 같은 것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설명불가능성이 '신과의 만남'의 핵심이라고도 믿습니다. 죄송합니다, 도움이 될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실은 저 자신의 고민도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체험한 그것에 이르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래서 그 방법에 따라 나도 또 다시 재체험할 수 있고, 다른 이들도 그 방법을 쓰면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즉 보편화시킬 수 있다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평화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그 '방법'이라는 것이 배우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고수들 말씀에 따르면, 신과 만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더군요. 신께서 하는 것이랍니다. 이것은 매우 심오한 진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님께 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신과의 만남'의 형식을 추구하시지 마시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님께서 이미 알고 계신 대로, 열심히 두드리면 문이 열릴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신다면.

제 주제에 무슨 '비결' 같은 것을 가지고 있겠습니까. 저도 한 때는 비결을 원했습니다만, 지금은 그 원함 자체를 버렸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임재를 체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실생활 차원에서 신과의 교통에 대해서는 닐 도날드 월쉬의 시리즈물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자상하게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요.

Y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긴 편지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님과 님의 댁내에 건강과 평화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한석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