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님의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 (2003/7/14)



안녕하십니까. 한석훈님.........
연구소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좋은 둥지를 트셨군요. 저도 그런 둥지를 하나 갖고 싶어 하고 있지요. 아직은 내공도 딸리고, 그리 서두를 입장이 아니기에 유보해 두고 있는 입장입니다. 사실은 전자의 문제가 가장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IT분야는 전문가도 많고 시장이 원래 경쟁이 심해서.... 무엇보다 굵직한 철학 없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것이 단지 욕망이라는 생각에서 우선 내공을 쌓는 일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가끔 이 사이트의 '사이트 소개'란을 습관처럼 읽어보곤 합니다. 우째서 이 양반이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에...^^ 물론 부정적인 생각에 기초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암튼.... 참 대단하십니다. 특히 수행일상과 책의 지혜 부분이 매력적입니다. 항상 다이내믹하고..... (전에도 한번 말씀 드린) 도도함과 수줍음과 솔직함과 ... 번득이는 예지와... 이런 것들이 님의 '변변치 않다는 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찾는 가장 큰 유인력 같습니다. '사이트 소개' 란을 읽어 볼 때마다 구절구절에 강인한 마음가짐과 강인한 지식이 (강렬한 신과의 만남까지도 ^^...)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유인력은 진정 우연의 산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사이트와 유사한 사이트들을 저는 주기적으로 들러보고, 또 가끔은 새로 찾고는 합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 사이트의 매력은 '전투를 치르는 듯한 치열함...'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다른 사이트들은 참으로 정적(static)입니다. 우리의 삶은 실제로 전쟁처럼 치루어지고 있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들을 그저 전시하고 있어서 찌릿찌릿~~ 와 닿는 맛이 좀 덜하더군요. (이 견해는 내공이 약한 저의 소견입니다.) 좀더 성숙한 이후에는 그런 정적인 사이트들에서 전율을 느낄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아닙니다만...

좀 엉뚱한 말씀입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게 직장에 속해 있으면서, 그야말로 수양산 칡넝쿨처럼 얽힌 인간관계 속에서 지지고 볶으며, 님처럼 그 공간을 뛰쳐나올 용기 내지는 향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 담보해 줄 일푼의 지식이나 면허증도 없으면서, 다른 대안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요즈음의 중생이 아닐까요. 이런 소위 '직장인'을 위한 방안...(신앙수행 방법???) 이런 것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인이나 조그만 개인적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대표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흉내낼 수 있는 수행 방법이 아니라면, 그것은 마치 기업체 사장이나 정부의 고위관리자를 위한 수행방법처럼 매우 제약된 조건 하에서의 수행은 아닐까요?

그냥 하나의 바램이었습니다. 지금 또는 향후에 모종의 수행 방향을 모색하시는데 도움이 되면 좋으련만..... 눈 있고 귀 있는 자라면 사실 지금의 전개 방식으로도 부족하지 않다고 저도 생각
합니다만....  최근 들어 자꾸 바빠지시는 것 같군요. 부디 처음 갖으셨던 마음이 7년 후에는 더욱 강렬하게 개화해 있기를 기원합니다. 7년은 초기의 꿈이 한 줌의 재도 남지 않고 진부해지는 기간인 듯 합니다. 동일한 수준의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다가오는 진부함을 막기에 턱없
이 부족하지요. 7년 후에도 강의가 끝난 후 여전히 산더미 같은 꽃다발을 받으시길, 그리고 7년
후에도 여전히 전장의 종군기자같은 생동감 넘치는 답장을 받을 수 있기를 또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Y님.
늘 님의 편지 읽으며 느끼는 것이지만, 제가 하고 있는 것을 그 실상보다 훨씬 좋게 받아들여주신다는 기분이 듭니다. 물론 좋은 기분이지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의 의도는 어쩌면 님께서 짐작하시는 수준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 도도한 것이죠? 허나 제가 하고 있는 것의 효과는 님께서 짐작하시는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겸손하기도 한가요? - -;

'직딩을 위한 수행 방법' 이라... 참 매력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겠군요. 저는 직장 생활이라곤 통털어야 3년 정도라 그다지 전문인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만, 나름대로 그 애환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꿰뚫고 있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 주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직장인 또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구요. 그들과 만나 술 한잔 나누며 그들이 늘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저같은 비직장인이 무슨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친지들은 계속 저와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님께서 하나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고맙게 반추하겠습니다.

인류학자들이 남자가 한 여자에게 붙어있는(?) 평균 시간으로 7년을 제시하더군요. 평균적으로 애 둘 키울 때까지 그렇게 걸린다는군요. 저는 결혼한지는 11년 넘었고 애 둘도 키웠는데 아직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일처제의 추종자가 분명하리라 봅니다 - 죄송합니다, 엉뚱한 얘기를 떠들어서, 언제 물어보신 적도 없는데...  신을 받아들인지 4년 지났습니다만, 저는 초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7년이 지나도 그러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러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시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믿음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요. (결코 도도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신을 만난 이후로는 '절대적으로' 아는 몇 가지가 생겼는데, 믿음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오늘도 할 일은 산더미군요. 즐겁습니다, 실은.
늘 제게 힘을 주시는 말씀 감사드리구요, 또 뵙겠습니다.

Namaste

- 한석훈 올림

* Y님께서 제게 보내주시는 편지는 저에 대한 '칭찬'의 성격이 강하여 제 싸이트에 소개하기가 늘 쑥스러웠습니다만, 이번 편지는 한 번 'Correspondence' 섹션에 올려보겠습니다. 뭐 어짜피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