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r님의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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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행 홈페이지를 열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이멜을 쓰고 있습니다. 한석훈님의 영성이 느껴지는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나날이 진솔해지시는 글들을 대하며 겸허해집니다. 진정으로 낮아지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글이라는 걸 알기에 ... 저는 아직 스스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용기도 없거니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점수를 주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그걸로 실망하는 이들을 극복할 용기가 없나봅니다. 그렇다하여 제 자신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 어떤 계기를 통해 깨달아 저절로 낮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간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수행하셨기에 가능한 모습이겠죠. 자세히 어떤 일을 겪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자그마한 일에도 주저앉고 싶어하는 저희들에 비하면 인생을 뒤흔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견뎌내시고 그걸 수행일기로 내보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 사료됩니다. 저처럼 한석훈 선생님의 흔적을 살피며 가는 이들에겐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글들이라는 것을 아실런지요. 아... 저 분도 저처럼 힘든 상황을 견뎌내시고 그걸 있는 그대로 힘들다고 드러내고, 다시 일어서시는구나...

존경하는 길벗님의 말씀처럼 잘 될 때의 모습에서도 큰 힘을 얻지만 힘겨울 때의 모습을 통해서는 더 큰 배움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늘 건강하고 평온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Merry Christmas ~
Namas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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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llar님, 고맙습니다.

저 또한 애초에 저 개인의 수행을 위해서 쓰기 시작한 일기를 이즈음 또 쓰면서, 이것을 읽는 분들께 얼마나 많은 실망을 드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긴, 뭐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하여 실망한다는 것, 나를 한심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다른 이들의 힘겨운 수행 길에 귀감이 되거나 도움을 주기는 커녕, 제 한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누는 한심한 모습을 제시한다는 것이 매우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카타르시스해보려는 자위적 몸짓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꼬락서니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조언을 듣고 느낀 바 있어, 조금 용기를 내어서, 피를 뚝뚝 흘리며 걷는 길이나마 그대로 글로 적어 놓아둡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에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중 가장 낮은 단계가 말로써 전하는 것, 그 다음 높은 단계가 스스로 본보기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 보다 높은 단계가 타인을 섬기는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세상의 진정한 성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섬김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본보기가 되고, 따라서 결국 어쩌다 전하게 되는 그들의 '말'에도 권위가 서게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가짜 성자들은 그 순서를 거꾸로 밟고 있는 이들이겠구요.

저는 올해 저에게 주어진 힘겹고 고통스러운 임무에 있어서, 타인을 섬기는 것에 철저히 실패하였고, 본보기가 되는 데에도 빵점을 받았으며, 따라서 말로써 전할 것 역시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초급 반으로 강등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직 나만의 책 같은 걸 쓸 수 있는 수준이 전혀 못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에 영적인 차원의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굳게 믿으며,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을 때까지 밑바닥을 기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겠습니다. '메시지' 같은 것, 앞으로는 함부로 떠들지 못하겠습니다. 제자들에게 '참된 스승'으로 가르치겠다는 희망 같은 것 함부로 들먹거리지 못하겠습니다.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숨쉬고, 밥먹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리며 다시 갈 길을 가야만 하겠습니다.

언젠가 한 방문객께서 정말 애쓰는 듯이 살고들 있다는 평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하러 이렇게 애쓰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수행이니 화두니 다 내려놓고 단순하게 소박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신'을 만난 이후로는요. 신을 만난 이후로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영적인 차원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내 전부를 바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딱 그것 하나만이라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님의 메일에 저는 언제나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 한석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