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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혜믿스님 어록

* 요즘 인터넷에서 각광받고 있는 혜믿스님의 트위터 어록을 모아서 게시합니다. 제가 5년 넘도록 내버려둔 이 '웃음을 위하여' 쎅션을 업데이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스님의 말씀들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비록 유머 쎅션에 모셨습니다만, 미지의 인물인 혜믿스님의 사회관은 매우 진중하며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저로서도 십분 동감하는 말씀들입니다. 실제로 훌륭한 구도승이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저보다는 연하이실 것 같고, 아마도 그래서인지 대(對) 이성관(異性觀)에는 모종의 억압이 남아 있으신 듯 합니다. ^^ 아래의 어록에 등장하는, "현아 직캠"(솔직히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나 아마도 음란물이겠죠)을 보고 계신 주지 스님(어쩌면 혜믿스님의 수퍼에고 투사체?) 모습도 끌어안아 주심이 어떨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끌리는 것이 자연임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해방의 싹이 피어나지 않나요.

법명 - 혜믿. 첫사랑 지혜를 못 잊고 그 기억 밑에 있은지가 오래 됐다고 해서 '밑'의 옛말 '믿'을 지혜 '혜(慧)'자에 붙이게 됨.

트위터(twitter.com/humanghada)

페이스북(facebook.com/jihyebelief)

본명, 나이 - 불명.

출가 이유 - 이성을 향한 마음을 끊고자.

학력 - 런던서당, 스포탠드 대학 학력위조학과.

사는 곳 - '목욕관리사(寺)'에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나오는 '기무사'를 끼고 좌회전하면 '일요일엔내가요리사'가 나오는데 그 뒤쪽에 위치한 주말미사.

좋아하는 인물 - 포미닛 현아, 첫사랑 지혜.

껄끄러운 인물 - 자신을 따라한 혜'밑'스님.

(아시아경제, 2013.2.20)

* 다음은 인터넷 블로그들에 돌아다니는 혜믿스님 명언들을 모은 것임. 내가 트위터를 하지 않기 때문에 2차 자료를 모았음.

최고의 힐링은 입금이다.

명문대 가 봐야 별 거 없습니다. 명문대 가면 "명문대 가 봐야 별 거 없습니다."란 말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108번뇌는 간단히 우리 삶의 번뇌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음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본주의는 이 번뇌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포르쉐를 타거나, 대저택에 산다고 해서 번뇌가 해결될까요? 해결됩니다.

어떤 사람은 종교적 단체를, 어떤 사람은 기업을, 어떤 사람은 국가까지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정당한 노력의 대가 없이 얻어낸 성과가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요? 만들어주네요.

"부자되세요"란 인사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한 카드회사의 광고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부자, 물론 좋죠. 하지만 사회가 너무나 물질 지향적으로 흘러가든 말든 부자 좋습니다. 좋아요.

여러분, 포기하지 마세요.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제 지인인 소설가 A도,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찾은 출판사에서 책이 출간됐고, 곧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기업을 물려줬거든요.

'헬리콥터 맘' 과연 올바른 교육관일까요? 얼마 전 제가 만난 한 청년도 명문대 입학과 높은 학점, 대기업 입사까지 부모님이 원한시는 건 다 했지만 본인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며 절절한 고백을 헀습니다. 그리고 모델 여친과 외제차를 몰고 떠남.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우린 출중한 사람이나, 그의 배우자를 보며 이런 말을 하곤 하죠. 무언가가 잘 안 되었을 때, 농담조로 "다음 생을 기약한다." 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러분, 이번 생에 나라를 구할 수 있나요? 여러분 다음 생도 망함.

어떤 힘겨운 일이 있어도 버티면서 평생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면서 살다보면, 최고의 스펙을 묘비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 젊은 승려 한 분이 환속하여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면접장에서 구도의 경력을 흥미로워하고 집중적으로 묻더랍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욕이 없어 각종 수당을 안 받아도 된다고 답해 합격했습니다. 청춘 여러분, 차별화를 하세요! 해탈도 스펙이다.

청춘 분들 힘내세요! 20대 고용률이 43개월 만에 최저치지만 힘내세요!! 내년 경제성장률은 3.0%고, 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지만 힘내세요!! 취업 스펙 쌓는데 평균 4269만원이 드는 세상이지만 힘내세요!!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라고 합니다. HM도 여러분에게 사고의 전환으로 힘을 돋울 문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들 힘들다"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려던 참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지금 생각이 안 나네요.

우리에겐 사소해 보이는 일 하나가, 어떤 이들에겐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절에서 마음을 회복하고 계신 보살님도 그렇습니다. 이 보살님께선 어린 시절에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는데, 그 크레파스가 아빠거였음.

얼마 전 거리에서 본 훈훈한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한 할머니께서 꽤 무거워 보이는 짐을 이고 걷는데, 많은 행인들 중 도움을 주는 이가 없더군요. 그때 한 사람이 선뜻 나서 "어휴 어르신 제가 도와 드릴게요"하는데, 그 훈훈한 사람이 나야.

속세에 있던 때, 아름다운 이성을 보면 잔잔한 마음에도 물결이 일고 파도가 치더군요. 괴로웠습니다. 출가를 했으나, 이성을 향한 마음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주지스님을 찾았으나 그는 현아 직캠-1080p-을 보고 있더군요. 우리 절 망함.

밸런타인 데이가 되면 책상에 초콜릿이 산을 이루는 친구들이 있었죠. 반면 저는 인기가 없어서 초콜릿을 하나도 받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난 페이스북을 하지 않아 시발.

"돈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본인을 좋아하는 여성이 없다며 고민을 토로한 청년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어깨를 늘어뜨리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여러분, 돈과 능력이 부재한다 해서 매력과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넌 원래 매력이 없습니다.

주말미사에서 봄방학을 맞이해서 '불글리시'캠프가 진행됩니다. 염불을 영어로 읊는 커리큘럼으로 L을 R로 발음하는 카르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초등 6년까지 등록이 가능하며 진보 아이반, 보수 아이반으로 나누어 운영됩니다. 02-1818-2828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김만중이 지은 소설 <구운몽>은 주인고 성진이 8선녀를 희롱했다가, 인간세상에 유배되어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정승이 되어 8선녀와 결혼하는데 이게 유배냐.

멘토질은 존나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나갈 때 엿같은 책값이랑 강의료 내라고. 씨팔로워들아.

* 다음은 아시아경제 인터뷰 내용 발췌임(2013.2.20). 멘토에 대한 스님의 의견에 매우 찬성함.

혜믿: 저는 멘토들의 유명세가 한국 사회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언제나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한국 사회는 이를 ‘각자’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개인들도 집단을 이뤄 사회적인 요구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죠. 그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요.

그런데 구조적인 문제에서 구조를 제거하면 뻔한 위로나, 흔한 질타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멘토들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들이죠.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건 멘티가 아니라, 멘토입니다. 대중은 그들에게서 지혜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권위 있는 인물의 배역을 맡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멘토는 스승이 아니라 연기자에 가깝습니다. 스스로를 멘토라 생각한다면 추상보다 구체로, 평화보다 갈등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

기자: 스님이 인사담당자라면 예쁜 여성과 잘생긴 남성, 일 잘하는 사람 중 누굴 뽑고 싶습니까?

혜믿: 제가 기업에 충실한 인사담당자라면 야근에 야근이 이어져도 불평없는 사람을 뽑을 듯 합니다.

기자: 미녀 기자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 만나실 의향 있으신지?

혜믿: 제가 미녀를 워낙 좋아해서 안 됩니다.

기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혜믿: 여성분들, 교복 버리지 마세요.

'웃음을 위하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