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署 상담치안센터 윤덕종 경사 - 12년째 불우이웃 봉사 

제주 도민들은 그를 '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작은 체구의 그가 12년째 하는 일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경찰서 북부지구대 삼담치안센터 윤덕종(尹德鍾.53)경사. 주말인 지난 21일에도 그는 어김없이 제주시 탑동광장 가설 급식소를 찾았다.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일부는 노숙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0여명의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남루한 옷차림에 대부분 그늘진 표정이었지만 尹경사가 나타나자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올해도 건강허십서예(건강하세요). 기다리게 행(해서) 죄송허우다(죄송합니다)." 봉급을 헐고 아내까지 나서서 준비한 밥과 반찬으로 노인들에게 점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매월 두 차례 하는 '점심 봉사'다. 여기에는 구세군 제주교회 봉사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80년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온 그는 92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죄 지은 사람을 붙잡는 것보다 죄 지을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자." 내친 김에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의 문을 두드렸고, '자원봉사' 요령에 대해 교육도 받았다. 이후 尹경사의 삶은 달라졌다. 그의 수첩에는 매 주말 찾아갈 요양원.양로원.희망원 등의 메모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북제주군 조천읍 신촌리 해변의 한 허름한 집. 이곳에는 尹경사가 '아버지'로 모시는 한 노인이 산다. 거동이 불편한 데다 혼자 사는 이중일(李重日.95)할아버지다. 찾을 때마다 그는 쌀이나 라면을 사 간다. 97년 이 지역 순찰활동을 하다 알게 돼 벌써 7년이 넘게 보살피고 있다. "열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자식 노릇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가족 없이 혼자 사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조금씩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의 파출소 근무는 어떨까? 순찰 중 조금이라도 어려워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차삯이든, 배삯이든 주머니를 털어 쥐여 준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해 8월에는 제주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사는 것도 그리 넉넉지 않은데 집사람이 '버는 대로 다 줘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서운해 하기도 했죠. 한데 이젠 자랑스럽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말했죠.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그게 내가 물려줄 유산이다'라고요." 尹경사는 "거창한 봉사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함께 살아갈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 중앙일보, 200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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