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아동 10명 돌보는 '딸 부자' - 이삿짐센터 운영 박수일씨

"하나 둘 인연을 맺다 보니 어느새 딸이 열명으로 늘었어요." 1t 트럭 한대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박수일(朴守一.57.광주시 북구 두암동)씨는 자신을 "행복한 딸 부자"라고 말한다. 朴씨가 딸 부자가 된 계기는 1991년 6월 불우아동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한국복지재단 후원회원이 되면서부터였다. 당시 재단 측에 " 아들만 둘을 키우는데 불우 아동 한명을 딸로 삼아 보살펴주고 싶다"고 제안, 불우아동 복지시설인 성빈여사(聖貧女舍)에서 생활하던 초등 4년생 차은숙(가명.당시 11세)양을 소개받았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방3칸짜리 단독주택 한채와 트럭 한대가 전재산인 넉넉지 못한 살림이다. 하지만 쏟는 정성은 매달 후원금(1인당 1만~10만원씩)을 내는 데 머무르는 보통 후원자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일주일에 두세차례씩 복지시설로 車양을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어려움을 들어줬다.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외로움을 달래줬고, 생일이면 빠뜨리지 않고 옷가지 등을 선물하고 가족잔치를 열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車양은 스스럼없이 "아빠""엄마"라고 부르며 가족의 한 사람이 됐다. 朴씨는 "은숙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은 게 너무 고마워서 이듬해 다른 초등생 2명도 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朴씨는 딸들만 돌보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이 생활하는 성빈여사.무등육아원에서 매주 시장으로 부식을 사러 갈 때 운반을 도맡고 있다. 또 3월 입학 시즌마다 원생들의 학용품을 선물했고, 김장철마다 300~500포기씩의 배추를 사다줬다. 복지시설에서 수련회를 가면 만사 제치고 준비물을 실어날랐다.

그는 93년 10월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다 승용차에 치여 6개월간 입원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딸들의 뒷바라지를 멈출 수 없어 1000만원짜리 적금을 해약하기도 했다. 그가 부녀지간의 인연을 맺은 딸은 현재 결혼준비 중인 큰딸 車(24세)양부터 유치원생인 막내 이경화(가명.5)양까지 모두 10명. 이 가운데 6명은 고교를 졸업해 복지시설을 떠났지만 朴씨와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안부를 묻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朴씨는 "딸들과 정을 나누면서 가정이 훨씬 더 화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재형(31)씨도 4년 전 취업하자 복지재단 후원회원으로 가입, 불우아동 1명을 돕고 있다. 광주 무등육아원 김선희 사무국장은 "朴씨를 대할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넉넉함이 꼭 경제적 여유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200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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