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아름다운 사회…' - 장애인 재활 돕는 '전문직의 힘'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불러 보세요. 떠오르는 추억들을 순서 따지지 말고 우선 쭉 적어보는 겁니다." "자, 한눈 팔면 조각칼에 찔려요. 이렇게 잡고 바깥쪽으로 밀어보세요." 지난 8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에 있는 정신장애인 재활훈련시설 '아름다운 세상'. 안도현(시인).이광진(원광대 도예과 교수)씨 등 10여명이 환자 1~4명씩을 붙잡고 글짓기.목공예 등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8년째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정신질환자 재활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작은 모임'(아사모) 소속 회원들이다.

이 모임에는 임기정(야구해설가.옛 쌍방울 야구선수 출신)씨를 비롯해 도예.화가.목공예.요리.에어로빅.사진.무용.국악 전문가와 공무원 등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활동무대는 정신장애인 500여명이 수용돼 있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 마음사랑병원과 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 3~4주간 사회적응 훈련을 쌓는 사람을 위한 시설인 아름다운 세상. 8년째 토요일마다 오후 1~4시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나선다. 봉사반이 2개조로 나뉘어 있어 회원 개개인은 격주로 활동한다.

아름다운 세상 성병주 원장은 "병원 측은 환자 특성만 알려줄 뿐인데 아사모 회원들이 한달치씩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꼬박꼬박 실천하는 걸 보면 열성이 의사들 못지않다"며 감탄했다. 회원들은 재활 치료를 돕는 데 쓰이는 조각칼.크레파스 등 각종 도구와 재료도 자신의 부담으로 준비한다.

주로 마음사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임씨는 "평소 자신만을 생각하던 환자들이 야구를 배우면서부터 옆 동료를 배려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의 대표적 증세인 이기적인 행동을 감소시켜준 소감이다. 또 전주시청에서 근무하는 박성규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엄두를 못 내는 환자들을 동사무소에 데려가 주민등록등.초본을 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내력이 없는 환자들도 이들로부터 도예.목공예.그림을 배울 때는 일반인 못지않은 집중력과 인내심을 보인다.

'아사모'가 만들어진 것은 1997년 9월. 사회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원광대 李교수 등 10여명이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자며 뭉친 것이다. 成원장은 "인력이 부족해 재활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아사모 회원들이 알찬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도와주면서 환자들의 사회 적응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2004.5.9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