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2)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발생한 종교적 합병 현상

올해 들어 번역된 신간으로 '예수는 神話다'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 있습니다. 역사와 종교학 전문가인 영국인 저자 두 사람이 쓴 이 책은 기독교에서 고유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예수의 행적에 대한 핵심 주장들이 실은 당대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지중해 연안의 고차원적 종교의 신화 부분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도발적인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읽고 있는 중인데, 저속한 흥미 본위 고발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들의 의도가 기독교를 '까발리자'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보다 성숙한 신앙의 매체로 변신할 것을 주문하는 영적인 차원의 바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대하는 저의 자세를 좀 더 신중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옮긴 대목은 고대 지중해 문명권의 고차원적 종교인 '미스테리아'의 신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다원주의적 자세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는 상식적으로 알려진 술의 신 바카스의 그리이스 버전이 아니라, 미스테리아교에 있어서 예수와 같은 위치를 갖고 있는 신인(神人)입니다.

"로마의 저술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는 페르시아의 신인 미트라스의 이름을 딴 한 사제를 통해 이집트 미스테리아 입문식을 치렀다. 로마의 동전에는 한 면에 디오니소스가 새겨졌고 다른 면에는 미트라스가 새겨졌다. 이 신화의 현대 권위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비밀 의식들에 대해 알게 된' 미스테리아 입문자는 '유행하는 다른 어떤 신앙에도 쉽게 순응할 수 있었다.'

훗날 그리스도교가 그랬던 것처럼 미스테리아도 국경을 넘어 전파되어 인종과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적합한 영적 신앙으로 자리잡았다. 디오게네스와 소크라테스 등 BC 5세기의 철학자들은 스스로를 특정 국가나 특정 문화의 사람이 아닌 '세계인' - 세계시민 - 이라고 일컬었다. 이러한 사실은 미스테리아의 국제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다.

현대의 고전학자는 여러 미스테리아 전통들의 합병과 결합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러한 현상은 민족이 다르면 신들도 다르다는 유치한 개념에서 탈피하여 모든 민족, 모든 지방의 신들은 다만 하나의 위대한 힘Power의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쪽으로 서서히 진행되었다."

- 티모시 프리크, 피터 갠디, 예수는 神話다, 승영조 번역, 동아일보사, 2002, pp. 56-57.

흔히 제우스를 위시하여 유치한 여러 신들을 숭상한 것으로 알려진 그레코로만 시대에 실은 현대의 종교다원론 못지 않은 세련되고 진보된 종교가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주장은 역사를 보는 시각의 자기시대중심적 오류를 예리하게 지적해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심오하고 세련된 철인들이 그리이스 신화에 등장하는 그런 신들을 숭배했었으리라는 것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종교다원주의가 통시(通時)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리라 추측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구체적 사례를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기쁩니다.

'종교간의 공통성 모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