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교육이라는
개념은 현대사회에서 아주 생경한 그 무엇입니다. 학계에서도 비주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교의 분리가 상식인 21세기 현대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을 핵심으로 하는 종교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판단에 근거한 속세에서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 사이에는
먼 옛날 종교가 교육으로부터 분리된 그때 이래의 장구한 세월만큼이나
커다란 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교육을 말하는 이들은 종교와
교육 중 어느 쪽에 자신의 발을 딛고 설 것인지를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곤란할 것입니다. 과연 이제는 물과 기름처럼 되어 버린 종교와 교육을
이어줄 수 있는 단서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아래에 옮겨
놓은 문장은 기독교적 교육전통을 갖고 있는 영국의 홀리(Holley)라는 학자가
인문학적 교양이 추구하는 이상을 염두에 두고 종교 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에 관하여 주장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복음주의적 기독교
교육의 많은 부분이 잘려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종교(religion)
보다는 신앙(faith)에 더 무게를 둔 주장으로 보입니다.
"종교
교사의 과제는 종교적 이해와 영적 통찰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복음을 전도하거나, 고백적인 방법으로 종교를
가르치는 일과는 다르다.
종교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은 필요한
경우에 영적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한 종교 현상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 종교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인간의 영적 측면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 그리고 인격적인 완성은
물질적 소유, 학문적인 성취, 사회적 지위의 향상이나 정치적 출세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고, 존재론적 가치에 애착을 가질 때에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영적 성숙이나 발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다."
-
존 실리, 종교교육이론, 강돈구, 박진원 번역, 서광사, 1992,
pp. 76-77.
저는 위의 주장이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신유학적
교육관과 핵심적인 교육적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서양의 장 자크 루소의 교육 사상과도 일치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교육사상사적 맥락에서 종교교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2002/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