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베텔하임  Bruno Bettelheim

어른에게든 아이에게든 무의식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무의식을 억압하고 무의식의 내용이 의식으로 떠오르지 못하게 출구를 막아 놓으면, 나중에는 의식까지도 이런 무의식적인 억압이 파생시킨 영향에 부분적으로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무의식을 강제로 억제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성격이 심하게 비뚤어지게 된다. 그러나 무의식의 내용이 어느 정도 의식의 층으로 떠오르도록 허용이 되고 상상 속에서라도 작동을 할 수 있으면, 무의식이 자신에게나 남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 오히려 무의식적 욕망이 긍정적인 용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린이를 혼란시키는 그런 힘들로부터 어린이를 떼어놓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즉 어린이들은 형체 없고 이름 모를 불안, 혼돈, 분노, 심지어는 폭력적인 환상까지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서 어린이들의 주의를 돌려놓아야만 한다고 믿는다. 오로지 실제로 의식되는 현실이나 즐겁고 소망스런 이미지들과 같은 사물의 밝은 면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정서적인 편식은 마음의 한쪽면만 살찌우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세상의 많은 악은 근원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에게 알리는 데에 거부감을 느낀다. 모든 인간에게는 공격적이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며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대신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착하다고만 가르치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자신이 항상 착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또 비록 착한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이런 점은 부모가 가르쳐 준 것과는 모순이 되며, 따라서 어린이는 자신을 괴물처럼 느낄 수도 있다.

- pp. 18-19

Maurice Sendak, Where the Wild Things Are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정혜신, <당신이 옳다> 中:

"분노를 말할 수 있으면 분노로 폭발하지 않는다. 분노에 매몰된 그녀가 순간적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노가 전적으로 이해받고 수용됐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 자신의 감정이 판단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p. 166.

"사람은 단세포가 아니라서 어떤 경우든 복잡다단한 감정이 당연하다. 엄마 아빠에 대한 상반된 양극단의 감정은 부모의 삶에 대한 그의 입체적인 반응이다. 서로 모순되더라도 그의 감정은 모두 옳다."

"공감을 바탕으로 도달한 자기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자기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면서 자기의 느낌이 정돈되면 모든 게 자연스러워진다." pp. 157-58.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감정에는 공감해도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p. 167.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

"보들레르는 악마성이나 악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시선을 던진 시인이었다. 우리가 경원하려는 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상적이지 않은, 깊은 가치와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꽃'이라고 했다.

악에는 죽음과 관련된 인간의 본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삶에서 악을 밀어내려고 하지만 사실은 악이 생존 경쟁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악이란 것도 실존적 꽃의 모습이다. 외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몸에 '독'을 품어야 하는 생명체들은 저마다 한 송이 '독의 꽃'이다."

- 최수철, 조선일보 2019.10.16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 쳤는데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

- 신창원 907일의 고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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