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훈의 인성 교육과정 모형

    융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덕의 진정한 소유자가 되기 위한 방도에 관해서는,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서 ‘시험’에 임하라는 과감한 제언을 하고 있다.
   융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개성화가 인격의 완성을 지향하는 바람직한 길이지만, 제2장에서도 지적했듯이 개성화 과정이 수반하는 무의식적 욕구에 대한 접근은 도덕적 갈등을 유발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물론 그러한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 자체가 융과 그 지지자들에 의하면 삶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자기실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전술한 조르바와 같은 거침없이 자유로운 자기실현인이라는 인간상이 과연 오늘의 세계에서 바람직하며 사회에서 수용될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심층심리학적 무의식 개념을 실제 교육현장에서 채용하여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교육적 성취를 일구어낸 선구자들도 있다. 영국의 서머힐 학교로 유명한 A.S. 니일과 그의 영향을 받은 일본 키노쿠니 학원의 호리 신이치로와 같은 교육자들은 친자연적 대안교육운동의 길을 개척해냈고, 현대의 많은 교육자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의 교육관의 기저에는 인간의 무의식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신중한 이해가 깔려있는 바, 아이의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무의식에 형성되는 속박과 굴레의 위험을 경고하며, 아이가 예술과 운동을 통하여 충분히 감정을 해소하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 모델을 제시해준다. 그러므로 자녀의 인성함양에 관심이 깊은 부모들은 대안교육의 개척자들로부터 배울 바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여, 자신의 자녀가 학교와 학원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안에 안전하게 머물기보다는 무한하게 깊은 인간성, 즉 인성의 깊이와 범위에 걸맞도록 드넓은 세상을 참고서로 삼아 자신을 키워가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성교육의 이론과 실제(2018), 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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