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아싸기올리의 인간자아의 구조를 보여주는 다이아그램
- Roberto Assagioli, Transpersonal Development (London, Crucible Books, 1991).
 

저 위의 다이아그램은 인간 자아의 총체성을 보여주는 한 이탈리아 학자의 그림으로, 유명한 프로이드와 융의 자아(자기)관에다 최근까지 파생된 기타 이론들을 추가한 일종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의 작은 원이 지금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들이고, 그 핵이 내가 의식하여 확인할 수 있는 '나'이며, 작은 원을 둘러싸고 있는 '중간 무의식(= 전의식)'이란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대한 기억의 장입니다. 그 밑의 '하부 무의식'이란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나'로, 주로 유아기의 잊혀진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위쪽의 '초의식'은 나의 양심이나 도덕성 같은 것이고, 꼭대기의 '참 자아'는 코메니우스적으로 말하자면 우주의 본성, 또는 신성이 나의 개체 수준에 담겨 있는 자아의 최고 수준으로, 신성 혹은 불성(佛性)이라 지칭해도 무방합니다. 타원 바깥의 '집단 무의식'은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기억을 가리킵니다.

무의식과 신성이 함께 제시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혼란을 느끼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열린 마음으로 보기 바랍니다. 인류의 축적된 지혜를 가지고 자아성찰 해본다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유물론자도 불가지론자도 그 정도 자아성찰을 시도해볼 여유는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다이아그램을 제시한 학자의 견해에 따르면, 중앙의 '의식된 자아'와 꼭대기의 '상위 자아' 사이의 간격을 좁혀가는 것이 인간 자아의 성숙 과정이라 합니다. 그러한 성숙을 돕는 것이 교육의 본연의 의무라는 것이 코메니우스, 루소 등등, 혹은 퇴계의 견해일 것이구요. 그 간격을 줄이는 과정에서 '나'의 전부를 대면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당연히 나의 좋은 면, 나쁜 면, 생각해내기도 싫은 면들까지 죄다 대면해야 하겠지요. 이런 '자아성찰' 안하고, 즉 내면의 화해 같은 것 안하고도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을 심히 회의합니다. 교육도 결국은 다 잘 살자고 하는 건데, 교육에 당연히 이런 자아성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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