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교시절부터 교육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배치표에서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하는 것은 쉬웠으나, 가고 싶은 과를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애당초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와 선생님이 궁금했던 점은 내신이 강한지 모의고사가 강한지, 논술이 강한지 면접이 강한지 이러한 것들 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본질은 없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결국 대학에 들어왔고, 어영부영 3학기가 되고 본격적인 전공 공부가 시작되자 불안감과 혼란이 나를 급습했다. 수업을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으며,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다. 단지 결석 처리되지 않으려고, 혹시나 학점에 영향이 있을까봐 졸지 않고 수업에 꼬박꼬박 들어가는 게 학교생활의 전부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