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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과 평가
2 외국교육제도의 이식 올해 들어 시작한 수행평가는 지난 1학기 동안 학교교육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불행히도 대중매체에 드러난 그 관심의 성격은 우려와 불만이 섞인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수행평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부나 지방 교육 단체 등의 안내문서 등을 제외하곤 교사들과 교육수요자, 즉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수행평가가 이들 대다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결론짓기 위한 충분한 자료가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수행평가라는 새로운 방식이 과연 우리의 학교 교육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서는, 독자의 흥미와 눈길을 끄는 대중매체의 보고나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관찰에만 의지할 수 없는 일이다. 숱한 비판과 불평에도 불구하고 한 제도의 시행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서라도 성급한 판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새로운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친숙화 단계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의 수행평가 제도에 대한 비판들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비판들이 성급한 새 외국 제도의 이식 작업상의 문제에 겨냥되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수행평가는 1990년대에 들어서 성장한 미국의 제도를 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 제도가 자신을 배양시킨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 작동하는 배후에는, 우선 그것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미국의 고유한 교육시스템이 있다. 비록 '미국 교육시스템'이라는 일반화가 거의 불가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이 교육시스템은 미국이라는 독특한 사회적 환경에 뿌리박고 있는 그 토양으로부터 공급되는 양분에 의하여 지탱된다. 또한, 미국의 시스템에 맞추어 개발이 된 수행평가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교육인구를 위하여 기능한다. 이렇게 서로 깊숙이 연결이 되어 있는 환경, 교육시스템, 수행평가제도, 교육인구라는 틀로부터 수행평가만 쏙 빼와서 한국의 환경에 이식시킬 때,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이 신개념을 제대로 도입하기 위하여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은 미국 학생들의 수행 능력에 기초한 학업 평가를 가능케 해주는 여러 가지 교육 환경적 여건들이다. 예를 들자면, 각종 첨단 수업 장비를 구비한 잘 냉·난방된 교실에서 대학 입사에 구애받지 않는 열댓 명의 학생들을 재량껏 가르칠 수 있는 교사,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교육재정, 행정조직, 지역 공동체적 지원 등이 있겠다. 성공적 제도의 이식이라는 것은, 개념상으로는 이 모든 자원 요소들까지 통째로 수입해오는 것을 일컬을 터인데, 그렇다면 사회 제도의 성공적 이식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소한 이 모든 오리지날 지원 요소들에 대한 정보와 이해 정도는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겠다. 그것들 전부를 가져오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수행평가 제도의 진지한 이식을 위하여 미국의 원형에
대한 정보를 증강시킬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좀더 교육현장에 가깝게
말하자면, 이 글은 일선 교육 담당자들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새 제도를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합리적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즉, 비록 일반화가
될 만큼 증명되지는 않았으나, 실제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지혜'와 '노하우'를
미국교육자들이 이야기들로부터 추려내어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 이
'이야기'란 주로 캘리포니아. 버몬트,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코네티컷
주 등과 뉴욕시의 경험담을 의미한다. 미국의 수행평가와 교육행정가, 교육학자, 교사 수행평가는 1990년대 미국 교육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신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수행평가가 전통적인 사지선다형 시험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복잡하며 고차원적인 사고와 행동능력을 측정할 수 있으며, 또한 동시에 그런 사고와 행동능력을 배양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재래의 연필과 시험지에 의존한 평가 방식에 비할 때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평가의 자료를 제공해준다는 매력을 지니고있다고 보겠다. 이 매력적인 새 방식은 쉽사리 실행에 옮겨질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의 교육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수행평가 실시의 선제조건으로서 학교 자체의 변화를 꼽는다. 재래식의 30명 이상의 학급에서 여러 가지 행정적 사무 때문에 피곤에 지친 교사들로서는 지속적이고 열의 있는 관찰과 평가를 요구하는 수행평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에 사용되는 측정도구가 비전문가인 대중들에 의해 납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든다. 끊임없는 발전 지향적 변화를 수행평가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는 것은 미국의 교육자들이 현 단계에서의 수행평가 제도가 앞으로도 계속 변화 발전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는 20세기말 미국 교육계의 점진적인 향상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동시에 수행평가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미국교육자들의 겸허한 인장의 자세를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수행평가를 충실히 도입해서 한국에 이식시키자면, 미국 교육계의 대규모적 개혁 모색과 그 개혁을 성사시킬 사회 분위기 조성, 여론의 지지 확산에 대한 야심찬 비전까지도 도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점진적 개혁을 위한 꾸준한 실험만이 보다 향상된 학교 교육의 창달을 위한 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교육 수요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제도 도입의 의지는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선 중앙의 교육부에게 먼저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직업과 이를 따를 수행평가의 세련화 과정은 중앙 부처의 손에 의해 장악되어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는 획기적인 교육개혁안이 초정당적 지원과 국민 대다수로부터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부양책을 강구하여 수행평가에 소요되는 대규모의 재정 확대량을 충당할 수 있는 터전을 일구어야 하겠다. 수행평가의 취지에 동의하는 교사들마저도 과중한 업무 부담을 개선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수행평가의 '진실한' 이식 과정이 우리의 열악한 교육환경도 개선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에 반해 각급 학교단위에서는, 각자의 환경에 가장 적합하고 각자의 학생군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수행평가의 방식을 창안해내도록 충분한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하겠다. 현재도 교육부는 지역 교육청과 학교단위에 수행평가에 한해서 많은 자율권을 이임해놓고 있고, 이러한 현실이 유익한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평가의 기틀을 잡은 미국의 지역 교육 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행정의 지원자적 역할과 교사의 주도적 추진을 강조한다. 수행평가를 통한 교육개혁을 추구하는 주 또는 시 교육청들은 우선, 합리성을 존중하는 교육행정의 리더십을 선제 조건으로 제시한다. 행정부는 수행평가 초안을 제안하고, 여론의 지지를 조성하며, 소요 자원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새 제도의 정착을 지원한다. 이는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형태를 결국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며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이 궁극적 상호작용을 위한 보조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또 사실, 적극적으로 교실내의 상황에까지 개입하기에는 교육행정이 담당한 고유한 과제만도 결코 만만치 않다. 행정부서가 동원하여 제공해줄 자원은 늘어난 재정 소요 이외에도 도움을 줄 전문가 집단의 현명한 선발, 새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공동체의지지 확보와 이를 입법과정에서 추인받는 일 등 굵직한 사안들이다. 한편, 주정부 등에 의해 수행평가의 정착과 개선을 위하여 선발된 전문가들, 즉 교육학자들은 철저히 '컨설턴트'로서 머무른다. 이들은 커리큘럼과 측정, 평가도구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며 전반적인 개혁 작업의 모니터링에 관여한다. 이들은 교사들에 의하여 초빙받았을지는 모르나, 그들 위에서 지도 명령하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또한 미국의 관찰자들은 측정, 여러 여가 전문가들의 보조적인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이는 커리큘럼 전문가가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작업에 개입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경험에 의거하여 이 관찰자들은, 평가 전문가가 주도할 경우에 학습내용이나 교수방식이 개혁 작업으로부터 유리되어, 교사들로부터의 반발을 일으키고 개혁 자체를 실패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함을 내세운다. 미국의 관찰자들은 수행평가를 통한 개혁의 중심에 있어야 할 집단으로서 교사를 드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사는 개혁의 중심으로서, 수행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커리큘럼 및 평가 도구를 개발하는 데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또한 이 개발 과정 자체가 교사 집단의 자질 향상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개혁의 모든 단계에 참여한다. 수행평가를 위한 평가도구의 개발에서부터 실험작업에 참여하며 이에 대한 비평에 관여하고, 지역 전체의 채점 모임에 채점자로서 참석하며, 개발된 프로그램을 학부모에게 광고하고 설명하는 일까지 주도한다. 이러한 적극적이고 활발한 참여의 과정을 통하여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통한 개혁의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부각하게 되며, 동시에 새로운 평가방식에 익숙해지고, 심도 있는 수행평가가 요구하는 심도 있는 교수방식을 체득하게도 되었다고 미국의 학자들은 주장한다. 덧붙여서 교사들의
효과적인 수행평가 체득을 위하여 이들과 전문 컨설턴트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시된다. 컨설턴트로 초청된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발표된
것들 중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평가도구나 수업 소재 등을 교사들에게
제시하고, 이것을 교사들이 직접 수업에서 실행해본 후, 그에 대한 학생들과
또 교사 자신들의 반응을 컨설턴트와 토의하여 좀더 현실적으로 적합하도록
개선할 길을 함께 모색하게 된다. 미국의 수행평가의 장애물과 그 해결책 행정가, 전문가, 교사들의 역할 분담이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해서 수행평가의 정착에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먼저 교육의 외적으로는, 지속적인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같이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개혁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오랜 세월의 경과에 따른 정치 문화의 변모로 인해 애초의 지지세력을 상실하게 된 경우도 있다. 또한 개혁 추진 세력의 다소 진보적인 지식관이 보수화한 시민 세력과 충돌하게 되어 결국 원래의 안을 포기해야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현실적인 미국학자들은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혁신적인 새 제도는 정치적 대립의 시기에는 부적절한 것임을 증언한다. 또한 장기간이 소요되는 큰 스케일의 개혁은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하여야만 한다는 부담을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은 또한, 평가방식의 개혁은 그 평가의 결과, 즉 성적이 가지는 중요성에 따라 성패가 좌지우지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평가 방식의 개혁에 의해 의도된 변화의 정도가 심할수록 중요한 과목의 수행평가는 유보하고, 천천히 평가도구의 신뢰성이 제고되고 공동체의 지지가 확고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권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행평가 도입의 초기에는 전체 성직이나 진학 등을 위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분야나 과목들을 중점적으로 실험할 것을 추진한다. 수행평가 제도는 아직 미성숙한데, 교사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들은 복잡하기만 하고, 또 충실히 판단하고 평가하겠다 해도 외부로부터 비판받을 소지는 많이 있다. 무엇보다도 수행평가의 평가 도구들 자체가 그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것은 수행평가의 지지자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미국의 여러 주들은 이 신뢰도의 제고를 위한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으로 단체 채점과 자체 모니터링이나 외부 전문가들의 채점 참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을 수년간 기울인 결과 신뢰도를 상당히 높일 수도 있었으나, 수행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평가자료로 쓰이게 된 포트폴리오의 채점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버몬트 주에서 행하여진 자체 개혁에 대한 평가는 신뢰도 저하의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었다. 첫째, 채점 기준이 명료치 않거나 지나치게 복잡하다. 둘째, 포트폴리오 채점자들이 불충분하거나 일관성 없는 훈련을 받았다. 셋째,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들이 표준성을 결여하고 있다. 버몬트 주는 위의 지적 사항들에 구체적으로 대응하여 개선 노력을 펼쳤지만, 다른 지역 관찰자들은 더욱 현실적으로 포트폴리오와 재래식 사지선다형시험의 병행을 추진한다. 개혁자들에게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해결책이자 동시에 걸림돌이기도 했다. 담임교사가 자신의 학급 학생들의 포트폴리오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고, 전체적 형평을 고려해야만 하는 주정부 측에서는 진학 등의 중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점수의 비중을 높게 책정할 수가 없었다. 포트폴리오의 채점은 또 단순한 시간의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평가방식은 교사들의 많은 훈련과 교습을 전제로 했으며, 탁월한 훈련을 거친 교사라 하더라도 단시간에 많은 양을 채점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므로, 채점을 가능케 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를 교장과 행정가들이 고안해내야만 했다. 가장 자주 지적된 신뢰도에 대한 의문과 시간, 인력의 부족이라는 문제점들은 여태껏 만족스러울 만큼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행평가를
지지하는 미국의 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개혁은 어려운 선택과 결정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2세들을 위하여, 신뢰도를 회생하더라도 더욱 의미있는
배움과 가르침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행평가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즉, 측정과 평가의 결점들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주는 배움의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미국의 수행평가 지지자들의 수행평가의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결단성 있는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미국의 수행평가 성공 요인 아직 수행평가가 미국내의 그것을 실행한 지역들에서 성공했는가의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교적 짧은 4∼5년의 기간 안에 어떤 지역들에서 수행평가를 큰 대중의 반발없이 많은 교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실행해오고 있다면, 이로부터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신중하면서도 결연한 교육행정부의 리더십을 들 수 있다. 글머리에서 밝힌 지역들의 교육부들은 모두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수행평가라는 개혁을 실시하였다. 기존 평가 제도의 문제점들을 진단한 뒤 그 대안으로서의 세 제도 도입에 대한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하여 수차례의 공청회, 여론조사, 보고서 발행 등을 실시하였고, 대규모적인 수행평가 시작 이전에 실험적으로 소수의 학교나 학급에서만 시행해보는 등 많은 준비 절차를 거쳤다. 지역적 교육 행정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여 모니터링을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일단 수립된 제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개선을 통하여 제도적 완성을 기하였는데, 이러한 개선 노력이 오히려 새 제도의 안정을 희망하는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까지 하였다. 어쨌든 이러한 꾸준한 노력은 주지사나 언론, 또는 기금이나 재단 등의 지원을 얻는 결실을 가져다주었는데, 이는 필요한 재정의 확보라는 심각한 당면 과제 해결에 큰 보탬을 주었다. 둘째는, 개혁 수뇌부가 학업성취의 평가보다는 학생들의 배움 그 자체를 더 중시하는 확고한 노선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피츠버그 등에서는 수행평가 개혁의 중심 책임을 커리큘럼 부서가 맡았으며, 이들은 무엇보다도 교육내용과 그 질을 중시하였고, 평가 전문가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피츠버그의 개혁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측정 자료의 제공뿐이 아니라, 훌륭한 교수방법이나 향상된 커리큘럼, 학생들의 성취 등을 통하여 학교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원하였던 것이다. 셋째로, 수행평가의 실시와 동시에 추진된 다른 분야의 개혁과의 연계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커리큘럼, 교수방식과 평가와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고려할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미국의 상기한 지역들은 평가제도 개혁의 종합적인 성격을 간과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교사의 수업 진행 방식의 변화가 추구되었으며, 수행평가를 가능케 할 커리큘럼의 조정이 '양'의 축소와 깊이의 모색을 통하여 진행되었다. 개혁의 종합적인 성격은 궁극적으로 배움의 향상을 목표로 삼았고, 변화된 커리큘럼 등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배우고 가르치는 데 대한 열의를 갖게 해주었다. 이 모든 것들을 실행하기 위하여 적정한 정도의 교사와 학생 비율이 유지되어야 했고, 교사들의 시간적 여유가 요구되었던 바, 결국 교실 차원을 넘어선 거대한 개혁이 촉발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사들의 개혁에의 철저한 참여를 구조화시켜 교사를 변화의 주체로 삼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할 수 있겠다.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강력한 프로그램들이 수행평가를 실행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교사의 자질 향상과 맞물렸고, 교사들은 이 요청을 자신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기회로 삼았다. 이 프로그램들은 수없이 많은 워크숍, 세미나, 발표회, 강좌, 여름학교 등을 포함하였는데, 피츠버그에서는 특별히 교사위원회를 발족, 운영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위원회의 특징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12학년까지의 모든 학년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한 데에 있다. 모인 교사들간에서 상호 존중이 싹텄고, 기존의 학교별, 학년별 학업 성취 목표의 피상성이 드러났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전학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연결이 되는 새로운 커리큘럼의 건설이 모색되었다. 또한 위원회에는 전문 컨설턴트가 항상 도움을 주었고, 수업 의무에서 풀려난 참가 교사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안들이 실제로 학교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네티컷 주의
위원회 참가 교사들은 함께 모여 열심히 학생들의 작문을 읽고 평가했던
경험이 추후의 교수방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강조하였고, 이러한
집단적인 채점 기회가 수행평가의 정착을 위하여 효과적인 기여를 하였다는
보고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사례들 피츠버그의 학업성취 관찰 프로그램은 그 철저성에 있어서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의 성취도에 대한 테스트가 학년이나 과목에 따라 한 해에 4∼5회 실시되었다. 테스트 과목으로는 수학, 읽기, 언어 능력, 작문, 비판적 사고가 있는데, 앞의 세 과목의 테스트는 사지선다형으로써, 각 과목마다 평균 10∼15분 가량의 수업시간이 소요되었다. 작문과 비판적 사고에서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하여서는 장문의 에세이 시험이 사용되었고, 이것은 지역 내에서 통일된 채점표를 바탕으로 점수 먹여졌다. 모든 테스트는 지역의 중앙에서 일괄 채점하였으며 그 결과는 7일의 수업 일수가 경과하기 전에 교사들에게 돌려보내, 교실에서의 수업 계획에 빨리 적용되었다. 이 중의 어떤 점수도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는 성적의 근거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는 지역 내의 모든 교육 관계자들이 협의 후에 결정되었다. 이 중 교사의 역할이 중심적이었음은 물론이다. 피츠버그에서는 포트폴리오의 활용이 초기 개혁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곳의 개혁은 초기에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한 개혁 자체에 대한 꼼꼼한 점검에 중점을 두었으나, 이것이 곧 단순한 기본능력, 즉 읽기, 쓰기, 셈하기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트폴리오에 의한 평가 방식을 채택하였다. 포트폴리오는 처음에는 학생들의 성과물들의 기록정도로 이해되었으나 금세 그 이상의 파장 효과를 나타내게 되었다. 학생들은 포트폴리오를 통하여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의 텍스트로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성가가 가진 장, 단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비판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자산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포트폴리오 평가에 내재되어 있는 신뢰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이 이의 사용을 적극 지지하는 데에는, 포트폴리오가 배우고 가르치는 데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교사 자신들의 자질 향상을 끊임없이 자극한다는 이유 등이 있다. 버몬트 주의 교사들도 포트폴리오 평가를 통하여 수행평가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보내게 되었다. 켄터키 주의 교사들은 수없이 많은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채점한 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유형들을 길러낼 수 있었다. 각 유형들의 특정한 수업과 그에 따른 평가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하도록 도와준다는 관점에서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 첫 번째는, "판박이" 유형으로서, 틀에 박힌 수업 방식을 겪은 학급이나 학교에서 보이는 포트폴리오의 성격이다.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단순한 응답을 요구한 이러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최소한의 노력만 쏟았고, 포트폴리오 작성에 있어서의 전문능력에는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는 "고가치 투자" 유형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고도로 개성화되고 또 개인적인 포트폴리오들로서, 학생들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하며, 4h 포트폴리오 작성에 있어서의 창의성과 특히 작문 능력의 향상을 보여준다. 셋째는, "행사날 용(用)" 또는 마감일용 포트폴리오들로서, 짧은 시간 안에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급조된 작품들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물론 작문력의 향상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넷째 유형의 포트폴리오는 "과목상의 결정"으로 명명되었는데, 이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 위한 작문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한 과목들에서 나타난다. 즉, 과학이나 사회과 과목에서는 지식의 내용을 중시한 결과 그 배움의 결실을 포트폴리오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켄터키의 교사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언어 영역 과목의 교사들과 타 과목교사들 간의 원활한 협력을 제시하였다. 다섯 번째는 "신호(prompt)-응답" 유형이 있는데, 이는 교사가 보내는 신호에 의존한 수업에 나타나며,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이 유형들에서 보듯이 수행평가가 요청하는 또 다른 질적인 변화는 수업의 깊이에 대한 강조에 있다. 1991년의 캘리포니아의 사회/역사 과목을 한 예로 보자면, 종래의 넓고 잡다한 사실적 지식의 흡수를 지양하고 선택되어진 작은 과제에 대하여 깊게 파고드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역사 공부에서 학생으로부터 요구되는 점들은 과거 상황에의 이입능력, 인과성의 분석, 과거의 사건과 현재와의 연결성에 대한 인식 등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통일에 관한 그룹 과제는 세 차례의 수업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학생들은 미국 대통령에게 독일의 통일 문제에 관하여 자문을 해주도록 요청받았다. 직접적인 역사적 자료와 참고 문헌 등을 검토한 후, 이들은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모를 작성하여야 했고, 이 문제에 관하여 토론을 벌였으며, 마지막으로 각자 개인의 입장을 변호하는 에세이를 만들어냈다. 기이 있는 공부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좁은 범위의 교과과정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학 과목에서의 또 다른 깊이의 모색을 예로 들어보자. 코네티컷에서는 학생들이 과학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임할 수 있도록 소규모 그룹 과제를 고안하였다. 이 과제는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할 것을 요구하는데, 단독 탐구와 그룹 실험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나의 자연 현상을 소재로 주고 첫단계로 학생이 홀로 탐구를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이 때에 학생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상식에 의거해서 주어진 현상을 설명하도록 요청받는다. 이 단계는 각 학생이 그룹 토의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 볼 여유를 주며, 상식에 근거한 가설을 세울 기회를 주고, 후에 초반의 접근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다음으로 학생은 3, 4명의 그룹에 끼여서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합동으로 고안해내야 한다. 이들은 실험을 창안해내기도 하고, 때론 교사로부터 실험방식을 제의받기도 한다. 이들의 집단적 탐구의 결과는 보고서로서 작성되어 학급 발표의 과정을 거친다. 그룹의 모든 인원들은 함께 발표의 과정에 참가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은 개인적으로 반추의 기회를 갖는데, 다른 그룹이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비평을 작성하도록 요청받기도 한다. 학생의 수행에
대한 평가는 개인 점수와 그룹 점수 둘 다를 포함하는데, 문제에 대한
이해 정도, 협동심, 구두 발표, 그룹 실험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 작업은
궁극적으로 각 학생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다각도적인 평가를 목표로
삼는다. 수행평가의 효과적인 수행은 이와 같은 깊이 있는 탐구와 문제
해결의 과정 등을 요구하지만, 기존의 방식에 젖어 있는 많은 교사들이
그 요구사항에 즉시 응답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미국의 많은 주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사자질 향상을
목적으로 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는데, 이중에서도 버몬트
주의 '훈련 주문제'의 독특함이 눈에 뛴다. 소수 교사들로 결성된 위원회가
각 교과 과목마다 일정한 수의 수행 평가용 과제를 리스트로 만들어서
발표하고, 어떤 교사에 의하여 주문되었을 때에 신속하게 이를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보다 신속한 배달을 위하여 지역 내의 교사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특히 인터넷 접속을 통한 상호 교신을 체계화한다.
컴퓨터를 통한 네트워크 구성으로 교사들 간의 의견이나 아이디어 교환이
원활해졌으며, 경험이 많은 교사들의 조언이나 전문 지식을 가진 교사들의
정보 제공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 훈련 주문제는 기존의 세미나라든가
강좌에만 의존했을 때의 비효율성의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다른점 수행평가 제도가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를 가능케한 교육 내적인 요소들이 진술한 리더십, 준비, 비전, 종합적 개혁, 교사의 주체적 역할들이며, 교육 외적인 요소로서는 정치적, 경제적 안정과 합리성 존중의 문화 등이다. 정치 집단의 전반적인 민주성, 도덕성과 신뢰도 유지가 이들이 지원하는 교육 개혁에 대한 신뢰감에로까지 연장되었으리라고 보여지며, 안정된 경제체제 내에서의 원활한 인력 수급을 희망하는 고용주들의 구체적인 요청이 '수행능력'이 있는 인력의 배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게 해주었으리라고 짐작된다. 실제로 버몬트 주에서는, 학생들이 정말 무엇을 배웠고 알고 있는지를 설명해 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산업체들 때문에 학교들이 더욱 포트폴리오를 통한 수행평가에 박차를 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합리성을 존중하는 미국문화의 가치관은, 순간적인 정치적이거나 금전적인 고려보다는 장기적으로 보다 큰 결실을 가져다 줌 교육제도의 창출을 위하여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검토된 자료에 입각해서 새 제도의 실행을 추구한 교육정부들이 개혁 지향적 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교육 외적인 요소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이 세 가지가 전부 우리나라도 갖추어야 할 덕목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적어도 우리 나라가 이 여건들을 충족시킬 것을 지향하는 제 궤도에 올라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미국과 비교하여 우리의 교육 내적인 상황이 수행평가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하여 도움이 될 건지 방해가 될 건지를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모든 교육 내적인 여건들이 우리도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또 가정해 볼 때, 다른 무엇보다도 쉽게 눈에 띄는 한국만의 걸림돌이 하나 있다. 이것은 미국의 교육학자와 개혁 관찰자들이 수행평가 도입의 큰 장애물로 여긴 '시험성적의 중요성'이라는 문제이다. 미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학교 성적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하다. 온 국민이 주지하다시피 대학입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대한 성적을 수행평가라는 좀 애매해 보이는 새 제도에 의존하여 산출해내도 교육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는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수행평가 실사를 꺼리게 만들만한 매우 타당한 이유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결과 아직 수행평가의 한국 교육에 대한 적합성을 판정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어떤 학생들이 수행평가 제도하에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어떤 학생들은 그러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왜 그러지 못하는가, 또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나 교사를 도울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등등의 수많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제공되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이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명료한 답은 미국에서도 아직 완성되어지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은 그들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변화가 필요함을 인정했고, 그 방법으로써 수행평가를 통한 교육개혁을 선택, 결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상응할 만한 합리적인 과정을 우리 교육자들이 겪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과정상의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수행평가라는 오래 제도의 오리지널을 이식하는 작업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적 잠재력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행평가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견제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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