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생태계 파괴에 대한 유심론적 해석

"생태계 얘기가 나왔응께 말인디, 요즘 들어 지구 온난화 문제로 떠들썩하지? 이러다가 쫌만 더 있으면 우리가 회 떠 먹어줄 생선도 다 사라진다고들 난리지? 우리나라는 폴새 아열대 기후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고. 우리 집 앞바다에도 전에 없던 거대한 아열대생 해파리들이 얼매나 많이 나타난다고. 그란디 미국, 중국 넘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지네들 산업 안 건드릴라고 교토 의정서 인준도 보이콧하고 있고. 참으로 문제는 문제여, 다 늙은 나 같은 놈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제 태어난 어린 생명들은 앞으로 어떤 시상에서 살아가게 될 란지...

올해는 좀 뜸한 편이었다만, 해가 갈수록 봄철에 황사가 심해지고 있잖아? 이 황사라는 게 중국에서 날아오는 거라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급격한 도시화와 더불어 삼림 지역 훼손이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잖아? 이에 대해서 우리는 전형적인 실학적 사고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어. 중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중국 땅에 조림 사업을 벌이고, 공해 산업을 개선하자고, 하는 둥. 물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여. 헌데, 나는 이 모양을 보며 우리의 대응이 온전히 실학적이지는 못 허다고 판단하게 돼. 고것이, 심학이 쏙 빠져버린 반쪼가리 실학이라 그렇다, 이 말이여.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잖여? 혹시, 우리의 속마음을 바꿔먹으면 황사가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중국이 공장이 돼버리는 이유가 뭐여? 우리가 공산품을 갈수록 더 많이 사다 씅께 그런 거 아녀? 혹시 우리는 갈수록 더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게 되고 있는 건 아녀? 전국의 얼라들이 ‘명품,’ ‘명품,’ 외치며 수십 만 원짜리 셔츠에, 수백 만 원짜리 지갑을 못 가져서 안달들이잖아. 그렇다면, 우리의 쓸데없는 소비욕구, 물질욕, 탐욕, 이러한 마음의 병들 땜에 중국의 공산화가, 아니 공장화가 더 급속도로 진행되고, 그래서 중국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사막화도 빨리 진행돼서, 결국 더욱 더 심한 황사가 탐욕의 이 땅, 한반도로 넘어오게 되는 게 아닐까?”

장원의 기나긴 일장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진이 대답했다.

“선생님, 그 가방 어디 꺼예요? 그거 진짜 루이 뷔똥예요? 짝퉁 같다.”

장원이 말없이 유진을 내리깔아 보다가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너, 오형모 제자 맞어? 넌 짝퉁이고, 어제 윤아 갸가 진짜 제자인 거 같은디?”

역시 유진의 그 정도의 시비걸기에 성을 낼만큼 장원이 속 좁은 남자는 아니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싱긋 웃더니 자신이 할 얘기를 똑같은 톤의 음성으로 계속했다.

“황사라는 물리적 사건의 배후에 소비욕구라는 우리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겨?”

“에이, 황사는 인간이 촉발시킬 만 한 일이 아니고 중국 대륙의 총체적 황폐화로 인해 일어난 자연발생적 현상이라던데요?”

“언 놈이 그려?”

“어떤 대학의 지구물리학자가요.”

“..... 그려?”

장원은 잠시 말없이 담배를 몇 모금 피우며 작전을 세웠다. 자연과학자에 대해서는 약한 면모가 있는가 보다. 미심쩍은 듯한 눈동자로 다시 묻는다.

“그 작자가 진짜 과학자란 말이지?”

“넷!”

“과학자라고 다 아는 게 아니여. 생각해봐, 분명히 중국의 급속한 사막화와 중국의 도시화, 산업화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작자들도 많은디,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소비욕구가 중국의 산업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면도 분명히 있는 것 아니겄어. 황사를 자연적 변화가 백프로 다 설명해준다고 어째 확신하나? 그 과학자 양반이 그래 말했다 해서 엄연히 인간이 촉발한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지.”1)

“에... 뭐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죠.”

“으쨌꺼나 우리헌테 중요헌 것은, 세상의 물질적 변화의 원인에 우리 마음의 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여. 같은 맥락에서, 세상을 사회경제적 동인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여. 우리 마음이 만들어놓은 것들도 많어, 아니 어쩌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을 지도 몰러. 그려서 나는 심학의 의의가 현재에도 무시될 수 없다고 봐. 환경과 제도의 개선은 물론 중요허지만, 그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제대로 보고 다스려야 헌다, 이런 말이여.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쳐서 나갈 때 필연코 역효과가 생기는 법.”


1) 2007년의 UNEP(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벌목, 지하수 개발, 개간 등등의 인위적 요인에 의한 사막화가 전체 사막화 현상의 73%에 해당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수자원 고갈이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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