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다산 초당 오르는 길: 구도(求道)
 

전남의 남쪽 끝에서도 산세 험한 강진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 있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초당에 올랐습니다. 이십 여년만에 다시 와보는 곳. 이 오솔길을 지나서 산을 한참 올라야 그제서 다산과 그 제자들이 살던 집들이 나옵니다. 정말 '유배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 이런 곳에서 선각과 그 제자들은 무엇을 바라고 열심히 학문을 닦았던 것일까. 키 큰 나무들과 산세에 가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절간 같은 집. 우리의 선조들에게도 분명히 생계보다 절박한 구도가 있었음에 틀립없습니다.

걸핏하면 생계와 관련된 일상의 작은 이익에 온 정신을 다 빼앗겨버리기 일쑤인 나를 돌아봅니다.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 자꾸만 스스로를 다그쳐도 봅니다. 애시당초 나도 절박함으로 시작한 길인데. 이렇게 살다 죽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다산의 유배지의 막막한 외로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십 여년 전 고적답사차 이곳을 함께 찾았던 사학과 동문들 중에도 어디에선가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