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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한계에
도전해서 세계의 오지들을 차례차례 정복하고 있는 최종열이란 사람이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탐험은 멀고 험한 자연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열심히
탐험을 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소심한 탓에 차마
못 해본 '탐험'을 일상에서 해볼 수 있다. 내 가족에게, 친구에게, 직장
동료에게, 또는 길에서 마주치는 이에게, 용기가 없거나 쑥스러워서
못 해주었던 친절이나 미소, 관심, 이런 것을 베풀어 주는 탐험을 해볼
수가 있다.
말이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육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해도 그건
심리적인 모험이자 감행이다. 예를 들어, 나처럼 오랜 세월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던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과연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나 있는가? 오랜 부부 생활 동안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언제나 건드리지 않고 살아온 어떤 내밀한 부분에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의 손길을 가져다 대고 치유할 수가 있는가? 부부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나눌 수가 있는가? 몇 년씩 소원했던 친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가 그동안 멀리 떨어졌던 것을 사과하고 악수하며 서로를 포옹할
수 있는가? 내게 그런 정신적 여유가 있기나 한가? 늘 일터나 동네에서
지나치며 보게 되어도 몇 년씩 아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냈던 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미소 띈 인사를 할 수가 있나? 내가 내 이웃에게 그만큼
신경을 쓸 이유가 있는가? 그 언젠가 나에게 몹쓸 짓을 했던 그 죽일
놈들(문학적 표현)을 이젠 용서할 수 있나? 내가 뭐하러 그딴 놈들에게
고귀한 용서를 베풀어야 하지? .....
히말라야와 알라스카만
탐험할 험한 오지가 아니다. 내 주변에 탐험할 만한 험한 곳들이 널려있다.
얼마 전에 했던 설거지나 청소를 통한 명상도
나에겐 일종의 탐험이었다. 설거지라는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는 늘상
따라다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있었다. 대개, 무질서하고 지저분하게
쌓여 있는 식기 더미를 보며 내뿜게 되는 한숨에 섞여 있는 찌꺼기들.
이 감정의 찌꺼기들부터 치우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것이 일종의 심리적
탐험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탐험을 통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목적지에 다다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설거지하기라는 행위 속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왔던 나의
본질, 사랑을 볼 수 있었으니까. 이처럼 늘 무심코 지나던 나의 일상
속에 탐험의 대상들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설거지 명상 이후에 나는
또 다른 일상의 탐험을 획책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곧잘 가던
관악산에 요즘에 갔다가 한 번 혼쭐이 났다. 정상 연주대에 무시무시한
암벽 코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리던지...
탐험할 곳은 도처에 널려있구나. 우리가 늘 반복되는 일상에만 젖어
살아서 모르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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