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내의 인적 없는 골목길: 그리움
 

한 십오년 만에 다시 찾은 해남읍내. 어릴 적 살던 서울의 주택가를 생각나게 해주는 낡고 좁은 골목길. 지난 세월의 흐름을 별로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목포에서 해남까지 가는 한가한 국도변의 전답과 농가들 또한 이곳이 '개발'과는 거리가 먼 지역임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차도 느릿느릿, 읍내의 풍경도 느릿느릿. 여러 문인과 예술인들이 정착하고자 갈망했다는 미묘한 매력의 고장, 해남. 그곳에서 저는 지난 세월을 퇴행해봅니다. 청년기, 소년기, 유년기, 또 그 이전으로. 그리고, 그보다 더 이전으로.

자비로우신 신의 은총으로 인하여 이제는 결코 고통스럽지 않은 과거로의 의식적인 역행 속에서, 언젠가부터 - 아마도 아홉, 열살 무렵부터 - 줄곳 품어왔던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다시금 기억해봅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그리움, 특히 늦은 오후 해가 뉘엿뉘엿 져갈 때, 그중에서도 특히 늦가을 무렵 더욱 강렬해지는 그 그리움, 과거에는 신체 내의 호르몬 분비에서 영향받은 것이 아닐까 의심했었지만, 이제는 영원과 맞닿았을 끈에 손을 뻗는 느낌을 주곤하는 그 그리움을 적막한 이 마을에서 기억해봅니다. 이젠 더 이상 '나'를 찾아 헤매지 않는 저에게 홀로 떠나는 여행이란, 그 그리움의 끈을 잡아보고픈 마음의 발로(發露)일 성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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