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옆의 사구포 휴게소 민박집: 자유
 

우리 나라 남쪽 끝의 고적한 해변에 자리 잡은 민박집, 그리고 국제감각과 향토적 지성을 겸비한 주인장 김옹(金翁). 하루를 발길 - 아니 차바퀴 - 닿는 대로 떠돌다가 저녁 황혼 으스름한 시간 찾아들어간 이 민박집의 방갈로는 바로 남해의 다도해를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백발에 형형한 눈빛을 가진 주인장께서는 단 한명의 손님인 저에게 저녁상을 보아주시고 소주 한 병을 들고 오셨고, 저는 초면의 어르신께 자리를 권하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소주 여러 병을 비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오신 그분의 일생을 조감할 수 있었음은 참 감사할 일이었지요. 젊은 시절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다니던 이야기, 나이 잡숫고는 남도의 여러 유명한 문인, 예술인들과 친교하신 이야기 등등, 전혀 노인티가 나지 않는 흥미롭고도 신선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세상 일로부터 은퇴하신 이후에는 이렇게 호젓한 바닷가에 집 한 채 짓고 부인과 단 둘이 살게 되신 것이 어언 십년 되었답니다.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자유로운 그 분의 일생에 경의를 표합니다.

서울서 온 낯선 젊은 친구에게 그분은 우리 나라 고유의 풍류 사상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분을 통하여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된 풍류 사상을 저 나름대로 이렇게 - 서구식으로 - 요약해보았습니다: '자연과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해주는 모든 것들을 나의 감각기관들을 총동원하여 받아들이며 느끼고, 그럼으로써 나의 내면의 최고, 최선을 찾아내어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 저의 이 요약을 김옹께서는 제대로 한 요약이라고 낙점을 주셨습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 속에서 세계에 보편화시킬 수 있을 독특함을 찾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이리하여 지극히 유익한 하나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풍류인은 자유인이어야 하겠지요.

김옹께서는 술, 담배 가리지 않으며, 불승들과 교제하는 크리스챤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