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포 민박집 창가에서 바라본 남해의 아침: 겸허
 

느즈막히 일어나 민박집 창문 너머로 바라본 바다는 그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간밤에 들은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주인장 김옹께서 한 번은 길을 가다 기사식당에 들렀답니다. 식사를 마친 김옹은 민박집에서 식당도 운영하는 분 답게 식탁 위의 음식 찌꺼기를 그릇 하나에 한데 모으고 흐트러진 식기들을 곱게 정돈해서 치우기 쉽게 만들어 놓고는 나왔습니다. 백발 노인의 그러한 행동을 식당 종업원들은 수근거리며 바라보았지요. 김옹은 그런 수근거림을 기분 좋게 뒤로 하고 식당을 나섰습니다. 그후 또 어느 날인가 그 식당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김옹을 본 종업원들이 다시 수근거리더니 잠시 후 주방으로부터 종업원 전원이 나왔고, 그들은 김옹께 단체로 고개 숙여 인사를 올리더랍니다. 일전에 김옹께서 보여준 행동에 종업원 전부가 깊이 감사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초면의 젊은이에게 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할 때, 상대방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특히나 그 상대방이 매일 같이 손님들의 반말 짓거리와 재촉과 업신여김에 이골이 났을 식당 종업원일 경우에는. 식당에 밥먹으로 갔을 때, 일하는 분들 막 대하지 맙시다.

차를 몰고 민박집을 나서는 저에게 김옹은 허리를 깊숙히 숙여 작별 인사를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꼭 가족들도 데리고 오라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