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공원에서 내 딸들과 세상의 어린이들을 생각해보며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하는 본 싸이트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위배되는 둘째 나나의 뚜렷한 얼굴 공개! 첫째는 이미 사회 생활(초등학교...)에 임하고 있으므로 초상권 침해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하여 뚜렷한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둘째는 아직 얼굴 생김새가 확정지어지지 않은 아기이므로 공개한다는 것은 굳이 아니구요, 어떻게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이것이 실리게 됐을 뿐입니다. 2년 전에 똑같은 옷을 입고 찍은 둘째의 사진을 보면 이 아이가 여전히 애기처럼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 동안 많이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림 공원에서 수십 컷의 사진을 찍으면서도 - 딸들의 요구에 의하여 - 둘째는 줄곳 '브이'를 고수하였습니다.

한림 공원 수목원은 독특한 '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분위기 또한 매우 평화롭고, 그 평화가 수목에 바쳐진 사람들의 정성 속에도 녹아있는 듯 하였습니다. 이제는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이지만, 초창기의 그 분위기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좋습니다. 줄곳 바다에 갈 것을 주장하던 아이들도 이곳을 떠날 생각을 않고 좀 더 오래 있고 싶어하더군요.

저의 딸내미들은 제주도에서 아주 많이 행복했습니다. 보통 때도 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일상에 특별히 스트레스 받을 일 없고 대체로 자기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니까 행복하겠지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내 아이만큼 세상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다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살기 시작한 뒤로, 나의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에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맑고 밝은 얼굴에 그렇지 못한 불우한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혜자님이 쓰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 같은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온 세상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한 어린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슬픔을 넘어 가슴 아픈 경험입니다.

이런 우리의 세상을 위하여 내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날카로운 비판의식이나 신랄한 냉소주의에 발목 잡히지 않고 내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것을 우리의 욕심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먼저 나 자신의 욕심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세계의 탐욕의 절대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그래서 똑같은 존귀한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이 세상의 아이들이 기아와 폭력에 신음하지 않을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의 탐욕부터 감소시키는 것밖에 별 도리가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