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카고 대학 전경

아래의 사진들은 제가 신과 만나는 체험을 한 뒤 학업을 마치고 1999년에 떠난 미국의 모교인 시카고 대학의 전경입니다. 모교가 수많은 노벨 수상자들을 배출하고, 학문적으로 최상의 지위를 구가하는 명문이며, 학생들에게 심하게 공부를 시키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기에, 그곳에서 훈련받았다는 사실이 저 자신의 유치한 에고에 적잖은 자긍심을 부여해주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저의 주제넘은 학문적 오만함을 배태시킨 핸디캡이기도 하였습니다. 자동차 뒷 유리창에 유학 다녀온 외국의 모교 이름을 붙이고 다니는 애교심(愛校心)의 전시효과가 우리나라와 같이 병적으로 학벌을 숭상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해온 제가 이곳에 모교 사진을 전시하는 것은, 단지 제 인생의 가장 중대한 사건을 다시 한 번 기념하여 신앙의 초심을 되살려보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몸짓의 일부일 뿐임을 부언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건물들은 대체로 이렇게 고색창연합니다. 제가 혼자 묵으며 신과 대면한 기숙사 방은 중세의 수도원 독방과 비슷했습니다. 신심(信心)이 발현되기에 적절한 환경적 설정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과 만난 이후 거의 매일 같이 찾아가 텅빈 회당 안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신께 속삭이며 기도하던 록펠러 채플입니다.






 

록펠러 채플 내부의 스테인드글래스. 백남준 선생이 유럽에 가서 서구의 근·현대 미술품에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웅장한 성당들 앞에서는 기가 질렸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더군요. 저에게는 혼자 기도하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였습니다.


 

대낮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젊은 학생들로 붐비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고요를 되찾는 원형 돌벤치. 중심의 원 위에 서서 말을 하면 음성이 3차원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들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면 여기에 와서 묵상하곤 했습니다.

 

첫째 딸 데리고 뛰어놀던 추억이 서린 연못가.

연못에 비친 '상아탑'










 

따뜻한 날이면 샌드위치 도시락을 꺼내 먹던 교정의 벤치. 이곳엔 지나는 이들이 많아서 기도하러 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군요.






 

아래처럼 생긴 건물 삼층에 거대한 흑색 철제 프레임 유리창을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연구실을 학생 신분으로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논문 집필 기간이 편했습니다. 학생으로서는 예외적인 혜택이었는데, 그렇게 배려해주셨던 분들께 작년에 연하장도 못 보낸 것이 죄송스러워 이제라도 카드 몇 장 써서 보내야겠습니다. 그 연구실 속에서도 매일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