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사촌 해수욕장 (1)
 

© Suk Hoon Han                               산, 하천, 바다가 한데 모여있는 사촌 해수욕장                                              

남해에서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촌 해수욕장은 저처럼 조용한 데만 골라다니는 이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해수욕장입니다. 마을 어귀로 들어갈 때 70쯤 돼보이시는 할머니께서 차 앞으로 몸을 던져 쓰레기 처리비 삼천 원을 징수하시더군요. 오지의 가난한 어촌에서 신세만 지고 가기가 미안해서 돈 좀 써보려 해도, 구멍가게에서 오백원 짜리 아이스크림 몇 개 사먹은 게 전부였습니다. 제 딸들은 이곳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놀고도 떠날 때에는 안가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유흥 시설도 전무하고 가게 한 곳과 민박집 몇 채밖에 없는 이곳. 조용한 시골 마을이 마치 해변을 감춰두기라도 하려는 듯이 백사장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런 숨겨진 은밀함 때문인지, 딸뻘 돼보이는 젊은 여인과 함께 초로의 남성이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더니 해변의 한 구석에 자리잡고 해수욕을 즐기다 가더군요. 저와 아내는 호기심의 눈동자를 굴리면서도 안보는 척하며 쑥덕거렸습니다: "저기 불륜 커플이 분명해." 우리의 쑥덕거림을 들었을 리 만무한데, 두 연인(?)은 얼마 있지 않아 떠나갔습니다. 혹시 우리가 눈치를 줬는지, 괜히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제삼자의 쑥덕거림은 경박하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