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해수욕장
 

 © Suk Hoon Han                                                                                                                                                                                      

아이들 갓난 애기 때부터 여러 번 와봤던 대천 해수욕장에서 첫 날을 보냈습니다. 애들은 파도타기 재미에 흠뻑 빠졌고, 저는 애들 지켜보는 틈틈이 에어 매트리스에 누워서 바닷물에 두둥실 몸을 띄우고 새파란 하늘빛을 두눈 가득 담아봤습니다. 그런 신선놀음 도중에도 '현실'이 이따금씩 떠올랐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가 이루려던 '현실'적인 모든 것들이 무산 됐습니다. 돈도 잘 못벌었습니다. 애초의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었는데... 열심히 일해서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달성해놓고, 그러고 나서 신나는 여름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었는데... 허나 세상 만사 제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를 나이는 아닙니다. 무엇이 어찌됐든, 신의 이끄시는 손길에 감사하며 삽니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띄운 채 드높은 창공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현실'의 외면도, '현실'로부터의 도피도 아니었습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의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전개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모든 '현실' 속의 은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의 기도를 드렸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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