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4)
 

 © Suk Hoon Han                                                                                                                                                                                      

여행 마지막 날 아침, 펜션을 떠나기 전에 주인장께서 안내해주어서 한쪽 구석에 숨어있던 연못을 찾았습니다. 정원의 수목 뒤에 수줍게 숨어있던 그 연못에는 화려한 비단잉어가 연잎 사이로 유영하고 있었고, 개구리 한 식구가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연꼿도 소담스럽게 피어 있더군요. 이 연못 조성하여 가꾼 이야기, 강변의 자연과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 등을 주인장께 들으며 담소한 뒤, 펜션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저보다는 꽤 연배가 위인 듯 하나 아직 '중년'이라고 봐드려야 할 주인 아저씨께서는 큰 체구에 반듯한 인물과 차분한 저음을 소유한 매력남이시고, 그 부인께서도 눈빛이 밝으시고 여성적인 외양을 가진 매력적인 분이신지라, 펜션의 오프라인 방명록에다 '선경 속의 선남 선녀'께라며 인사말을 남기고 왔습니다. 혼자 방문했더라면 주인 아저씨를 꼬드겨 술 한 잔 하시자 했겠지만, 처자식들과 행동하는 차에 그리 하지는 못했습니다. 내심, 조용한 강가의 생활에 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만. 막상 그런 곳에 자리잡고 살지는 못하지만, 그런 곳의 삶을 동경하고 그것에 관해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펜션의 주인장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Back to Reality! '현실'로 되돌아왔습니다. 땀흘려 일하고 돈 벌어야 하는 현실로 말입니다. 일주일 여행하기 위해서 반년 노동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반년 일하면 일주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예외적인 은총이겠습니다. 은총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미안하기도 합니다. 미안하기 때문에 돈만 벌며 살지는 못하겠습니다. 나도 세상에다 뭔가 갚으며 살아야 할 텐데, 하는 고민만 안고 귀가했습니다. 허나, 제 자식들을 대자연의 놀이터에 데려다 주고 싶어 안달하는 소시민인 저 자신을 너무 부끄러워 하지는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