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 Suk Hoon Han                                                                                                                                                                                      

이번에도 4박 5일의 여정을 무사하고 평화롭게 마쳤습니다. 올 초여름에는 계절학기 출강하느라 바빴고, 그후의 성하(盛夏)에는 밀린 일들 하고, 돈벌이도 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바빴습니다. 그렇게 한 여름 다 보내고 나서 일터로 돌아가기 직전에 떠난 여행 길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이글거리는 대지, 한 마디로 적응이 잘 안되는 폭염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여정이었으나, 가족 중 아무도 탈 난 이 없이 건강하게 다닐 수 있어 특히 고마웠습니다. 가족 데리고 다니는 여행이 늘 그렇듯이,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는 극히 제한돼있었지만, 지나는 곳마다 다양한 지역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고, 스치듯 만났던 모든 이들이 친절하고도 우호적이었습니다. 보통 여행 다니다보면 불쾌한 만남도 심심치않게 겪곤 하건만, 이번 여행 길에는 그런 일조차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전체가 온전한 휴식으로써 주어졌는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넷째 날에는 가족을 한 켠에 제쳐 놓고 나 홀로 산행을 즐길 수도 있었으니, 예전의 전형적인 '바캉스' 여행에 비할 때, 제가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전혀 교통 체증이 없었고, 속초에서 과천까지 2시간 약간 넘게 소요됐습니다. 무차별적인 국토 개발에 반기를 들면서도, 제 몸뚱아리 하나 편하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고속도로 건설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몸은 그저 편한 게 좋으니까요.

이제 연구실로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와 수행의 끈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