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망상
 

 © Suk Hoon Han                                                                                                                                                                                      

셋째 날 아침에 아이들은 바다에 갈 기대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후다닥 짐을 다시 차에 싣고 백암을 떠나 동해안으로 향했습니다. 대개 온천골들이 그렇듯이, 백암도 주변의 산들이 경사가 급한 계곡을 형성하고 있어서 물놀이할 좋은 장소들이 있었습니다만, 우리 가족은 동해바다로 직행했습니다. 그리고는 두 시간도 채 못돼서 동해시에 도착하여 제자가 일러준 맛집을 찾아나섰는데, 일요일에 문 닫은 식당도 있고 하여 목적지 식당을 찾지 못하고 묵호항까지 찾아 들어가서 시장통에 차를 세웠습니다. 시장 주변의 허름한 밥집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가 해물칼국수나 한 그릇 씩 먹고 가자 하여 한 곳에 들어갔는데, 칼국수 둘과 오징어볶음 하나를 주문했습니다만 주인 아주머니 인심이 너무 후하셔서, 온 식구가 배터지게 먹고도 음식이 많이 남았습니다. 칼국수는 대략 삼인분 쯤 주신데다가, 덤으로 큼지막한 부추전도 한 접시 내주시더군요. 역시 시골 장터 인심이 좋다는 걸 실감하며 오징어 볶음 남은 것은 포장해달래서 가지고 갔습니다. 잠간 들른 묵호항에 대한 기억이 푸근하게 남았습니다.

배를 잔뜩 불리고 찾아간 망상 해수욕장은 폐장 직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8월의 종반으로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36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때문에 차가운 동해의 바닷물이 많은 이들을 유혹한 게죠. 우리는 백사장에 파라솔을 꽂고 그대로 바닷물에 몸을 던졌습니다. 물은 수정처럼 맑고도 차가웠습니다. 아이들과 오후 내내 물놀이를 했습니다.

저는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어떤 이는 수평선만 바라보고 하루 종일 해변에 앉아 있어도 그저 좋다고도 하던데, 저는 한 시간 만 있어도 지루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산속, 그중에서도 물 흐르는 계곡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지요. 젊어서 산속을 다니며 캠핑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됐는지 혹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날 오후는 아이들과 물놀이 하느라 지루한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제 딸들도 물놀이라면 지칠 줄 모르고 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