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해야 할 사람 (2023/2/3)



© Suk Hoon Han                                                                                                                                                                            



 

세계 최고령 노인의 장수 비결 중 하나가 독이 되는 인간을 멀리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독이 되는 인간, 혹은 기피해야 하는 인간 유형을 판별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범람한다. 실로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인 것 같고, 살다보면 정리해야만 내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은 아마도 갈수록 현실 생존력이 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의 심리적 방어기제의 증가세를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저 사람이 '독'이 된 이유가 순전히 저 사람 안에서 생성된 것일까? 모든 관계는 상호작용일진대, 독을 내뿜는 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해온 나는 그 독의 생성에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분석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그림자 투사는 일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에 그의 '독'에 대하여 내게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다면 그 사람만을 탓하며 그와 결별하는 것은 나 자신의 일부분과 결별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나의 성향과 태도의 어떤 부분이라도 그게 나의 일부인지를 모르고 무의식에 묻어둔 채로 사는 것은 온전한 인격의 통합을 가로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로 하여금 독을 생성하여 뿜게 만든 나의 그 부분을 내가 알아내는 것은 인격 성숙의 필수 작업이요,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나는 나에게 독을 뿜는다고 느낀 어떤 이에 관해 고민하던 중, 내가 나도 모르게 그를 오랫동안 무시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적이 있다. 내가 먼저 그에게 독을 뿜었던 것이다. 타인들 안에서 악을 색출해내는 것보다 내 안의 악을 깨닫는 것이 나와 세상의 건강에 대체로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렇긴 하지만, 타인의 독을 품어 중화하는 작업에 매진한다면 아마 나는 세계 최고령 노인보다 반 세기는 일찍 죽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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