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괴롭고 큰 사랑의 행위(1) (2005/5/15)
[관아에
투옥된 신부가 배교하라는 마지막 권유를 받은 후 깊은 밤에 간수의
코고는 소리를 들었다. 헌데 알고보니 그 소리는 코고는 소리가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신도들의 신음소리였다.]
자기가
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자기는 그것도 모르고, 기도도 드리지 않고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신부의 머리는 이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자기는 그 소리를 우스꽝스럽다고 소리내어 웃기까지 했다.
자기만이 이 밤 그분과 마찬가지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오만하게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보다도 더욱 그분을 위해 고통을 받고 있는 자가
바로 곁에 있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머리 속에서 자기 목소리가 아닌 딴 목소리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그래 가지고도 너는 신부인가? 남의 고통을 대신 떠 맡는 신부인가?'
주님, 왜 이 순간까지 당신은 저를 놀리십니까? 하고 그는 외치고 싶었다.
"LAUDATE
EUM(주님을
찬미하라).
나는 그 글씨를 벽에 파 놓았다." 하고 페레이라[배교한
신부]는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글씨를 찾지 못했나? 찾아 보게."
"알고
있소." 노여움을 이기지 못해 신부는 비로소 외쳤다. "잠자코
계시오. 당신에겐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소."
"권리는
없다. 확실히 권리는 없지. 나는 저 소리를 밤새도록 들으면서 이미
주님을 찬미할 수가 없었다. 내가 배교한 것은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린
때문이 아니다. 사흘 동안... 나는 오물로 가득찬 구덩이 속에 거꾸로
매달려, 그러나 한 마디도 하느님을 배반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페레이라는 마치 포효하듯 고함을 쳤다. "내가 배교한 것은 말이다,
잘 듣게나. 그 뒤 이곳에 갇혀서 들은 저 소리에도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도를 드렸지만 하느님은
아무 일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을 닥치시오."
"그럼
그대는 기도를 드리게. 저 신자들은 지금 그대가 알지 못하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어제부터, 조금 전에도, 지금 이때도,
왜 그들이 저렇게까지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런데도 그대는
아무 일도 해 주지 못한다. 하느님도 아무 일을 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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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pp. 196-197.
이 위대한 소설의 클라이맥스이자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지는 챕터를 짧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모두 싣습니다.
시간을 내어 다섯 부분 모두를 이어서 읽는다면 이 소설의 힘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