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괴롭고 큰 사랑의 행위(2) (2005/5/15)
신부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두 귀를 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페레이라의
목소리, 신자들의 신음 소리는 그의 귀에 사정없이 들려 왔다. 그만
해 주시오. 그만 해 주시오. 주여, 당신은 이제야말로 침묵을 깨셔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잠자코 계셔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옳고, 선하고,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당신이 엄연히 있다는 것을 이 지상과
인간들에게 명시하기 위해서도 무슨 말씀이든 하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돛대를
스치는 새의 날개 같은 커다란 그림자가 마음속을 가로질렀다. 새의
날개는 이제 몇 가지 추억을, 신자들의 여러 가지 죽음을 날라 왔다.
그때도 하느님은 잠자코 계셨다. 부슬비 내리는 바다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계셨다. 햇볕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애꾸눈 사나이가 목을 잘렸을 때도
아무 말 없었다. 그러나 그때 자기는 아직 참을 수가 있었다. 참는다기보다
이 무서운 의문을 되도록 멀리 밀어 내어 똑바로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다르다. 이 신음 소리는 지금, 왜 당신은 언제나
잠자코 계시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안마당에 지금 불쌍한
농부 세 명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모두가 그대가 여기 온 후로 매달리게
된 것인데..." 하고 페레이라는 슬프게 말했다.
노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귀를 기울이니, 하나처럼 들리던
그 신음 소리가 갑자기 따로따로 떨어졌다. 하나의 소리가 혹은 높아지고
낮아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는 서로 뒤섞여져
있긴 해도 다른 방향에서 흘러왔다.
"내가 이곳에 있던
밤에는 다섯 명이 매달려 있었다. 다섯 개의 소리가 바람 속에서 뒤엉켜
귀에 들려 왔다.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배교하면 저 사람들은
곧 구덩이에서 끌어올려지고, 밧줄도 풀고 약도 발라 주겠다고. 나는
대답했다. 저 사람들은 왜 배교하지 않느냐고. 관리는 웃으며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벌써 몇 번이고 배교하겠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그대가
배교하지 않는 한 저 농부들을 살려 줄 수는 없노라고."
"당신은
기도를 드렸어야 했을 텐데." 신부는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기도를
드리고말고. 나는 계속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기도도 그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 주지는 못했다. 저 사람들의 귀 뒤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져
있다. 그 구멍과 코와 입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 나온다. 그 고통을 나는
내 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기도는 그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한다."
신부는 기억하고 있었다. 사이쇼오지(西勝寺)라는
절에서 처음 만난 페레이라의 관자놀이에 오그라든 화상터 같은 상처가
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상처의 갈색 빛깔까지 지금
눈 앞에 되살아났다. 그 영상을 쫓아 버리려는 듯 그는 벽에다 머리를
계속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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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pp. 197-198.
감각의 세계를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초월을 믿지만, 이곳은 가짜가 아닌가 봅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살로 느끼는 이 감각의 세계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가 봅니다. 그 법칙을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가 젊은 신부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